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라는 불안요소가 현실이 되면서 9일 안전자산인 채권금리가 급격히 하락(채권 가격 상승) 마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최근 3~4개월 동안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예상하던 시장 전망이 무색해졌다.
이날 채권시장은 오전에 미 대선 개표 중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앞서나가자 놀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강세를 보이다 그의 당선이 점점 확실해진 오후 들어 그 폭을 줄였다. 금융투자협회 고시금리를 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3bp(1bp=0.01%포인트) 내린 1.402%에 마감했다. 오전11시30분 기준으로는 1.373%까지 내려갔으나 오후에 낙폭을 줄였다. 1년물과 5년물도 나란히 2.1bp씩 내린 1.398%, 1.493%에 거래를 마쳤다. 장기물도 강세였다. 10년물은 3.1bp 내린 1.671%,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1.768%, 1.781%로 전날보다 3.0bp, 3.2bp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의 승리로 당분간은 안전자산군인 채권의 강세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의회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트럼프의 공약을 실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주가는 하락하고 미국 국채금리는 10년물이 1.60%대까지 급락하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말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하리라 시장에서는 예상한다. 그동안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힐러리 클린턴 당선과 연준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분석이었다.
트럼프가 펼 각종 정책이 국내 채권시장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채권팀장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글로벌 교역량을 줄이면서 한국의 수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며 대북 강경책은 지정학적 불안요소도 자극할 것”이라며 “경기 위축이나 지정학적 문제는 모두 안전자산 선호 요소”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가 내세우는 재정지출 확대는 국채 발행을 늘리는 요소이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조기 퇴진 및 매파 성향 인사의 연준 입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미국 채권금리는 중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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