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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미래 바꾸려면 현재를 바꿔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36>운명과 사기, 미래

사전에 정해진 운명이란 없어

과거에 비추어 방향 예측하고

비전 걸맞도록 조직 이끌어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천당에 갈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천당에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예정조화주의자에 따르면 내가 이 세상 살면서 열심히 교회 나가고 하는 것은 내 영혼이 구원받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이 교회 나가는 인센티브가 자연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정조화주의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교회에 열심히 나오도록 권유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신이 선택한 사람이 교회를 안 나올 리가 없다. 교회 열심히 나오는 사람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교회에 나온다’는 것과 ‘교회에 나오는 것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은 별개다. 결과를 바꾼다고 원인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명은 과연 있는 걸까. 있다면,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안다면, 바꿀 수 있는가. 이 세상에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려면 모든 것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는 결정론적 법칙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초기 조건을 다 알고 있어야지만 현재를 거쳐 미래에 이르는 사건을 다 알 수 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는 사람 가운데는 사이비 교주나 점쟁이처럼 사기꾼들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현혹돼 사기에 빠지기도 한다. 사기에 빠진 대가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지금 이 순간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궁금해한다면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우리 삶의 근본 추동력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미래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는가. 사기에 빠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지난 5년 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곰곰이 되돌아보라. 그렇다면 향후 5년 동안 내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가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무엇을 목표로 살아왔는가.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일들을 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가. 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이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곰곰이 과거를 들여다보면 미래에 내가 어떤 식의 삶을 살아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둘째,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라. 미래를 책임지고 미래를 이끌어나갈 사람은 바로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는가. 그들의 경험에 관심을 가졌는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풍부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항상 한 수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분명한 것부터 말해보자. 한번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없다. 현재를 바꿀 수 있는가. 다행히도 그 답은 예스다. 그렇다면 현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바로 꿈이다. 미래 설계를 담은 비전만이 현재를 바꾸는 최상의 길이다.

부하들이 상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하나가 있다. 바로 “우리의 미래는 밝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 말이 근거 없는 낙관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말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상황은 어렵다.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라. 같이 해보자.” 미래는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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