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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매출 10년來 최대폭 감소] 쪼그라든 R&D투자...'불황형 흑자' 지속

지난해 기업 경영성적표 보니...

매출 감소에도 순익은 16% 늘어

불확실성에 채용도 임시직 선호

90년대 '日 장기불황'과 닮은꼴





한국 기업들의 ‘불황형 흑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줄고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자와 고용을 꺼리며 순이익은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연구개발(R&D) 비용은 10년 만에 처음 줄었고 신규 채용자의 3분의2는 임시직이었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상황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09조원으로 2014년보다 16% 급증했다. 2011년(109조원)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매출 1,000원당 순이익도 50원으로 전년보다 8원 늘어나 2011년(52원)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세금을 내기 전 기준으로 50원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강유경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기업의 비용이 절감돼 순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제상황이 계속되면서 ‘축소 경영’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 증감률은 5.3%(전년 대비)로 2014년 6%에서 둔화했다. 취업자 증감률도 1.3%를 기록해 2014년의 2.1%에서 둔화하며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3%) 이후 6년 만에 최저였다.

기업의 축소 경영은 각각의 기업에는 손에 남는 돈이 늘어나 긍정적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부정적이다. 장기화하면 투자와 고용이 추가로 축소돼 경기가 고꾸라지고 결국 기업에도 부메랑이 된다. 일본 역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등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돈을 쌓아두기만 하면서 장기 불황의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줄였다. R&D 지출액은 39조 2,000억원으로 2014년보다 10.1% 감소했다. R&D 비용이 줄어든 것은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추이를 보면 2008년 13.5% 증가했고 금융위기 여진이 한창이던 2009년에도 4.9% 불어났다. 이후 10% 내외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오다 2014년 2%로 둔화하더니 지난해 급기야 쪼그라들었다.

분야별로 보면 연구개발이 특히 중요한 제조업 R&D 비용이 34조 7,000억원으로 전년(37조 8,000억원)보다 8.3% 줄었다. 업황이 어렵다 보니 당장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R&D 분야 지출부터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 과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연구개발 인력 감축, 민간연구소 위탁 업무 감소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 업종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다른 기업과 업무 협력을 하는 곳도 오히려 줄었다. ‘전략적 제휴’를 맺는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7.3%만 있다고 밝혀 2014년보다 13.6% 감소했다.

기업 채용 활동도 비용이 적게 드는 임시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의 근로자 수는 438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 9,000명(1.8%) 불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분 중 3분의2는 임시·일용직이었다. 임시·일용 및 기타 종사자 수가 5만1,000명 불어난 반면 상용근로자는 2만8,000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경직된 고용시장,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기업들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임시직을 선호한 결과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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