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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운동화에 대한 단상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지난 10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휠라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각국의 대표 경영진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브랜드 대표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한국인의 눈에 띄는 옷차림이었다. 예전보다 다양한 색채감과 개성으로 패션 센스를 뽐내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한 번 놀라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운동화를 즐겨 신는 우리 시민들의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불과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요즘 거리는 온통 운동화 일색이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일상에서 신는 신발로는 운동화보다는 구두가 먼저 꼽혔고, 운동화는 특별한 야외 활동이나 집 근처를 편안하게 나갈 때나 신는 신발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특별히 격식을 갖춰야 하는 비즈니스 미팅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직장인들의 오피스룩으로까지 자리잡았다. 운도녀(운동화를 신는 도시 여자), 운출족(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이미 몇 해 전 일로, 이제는 신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일상적 수단으로 자리 잡아 이미 우리에게는 어색한 풍경이 아니게 됐다. 운동화의 인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몇 년 새 스포티즘(Sportism), 애슬레저(Athleisure) 가 세계적인 유행으로 자리매김한 영향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운동화라는 신발이 가진 숨은 뜻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때 해외 한 정치인의 운동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행정 시찰을 다니던 중 낡은 운동화를 몇 번씩 고쳐 신었고, 그 날도 다 떨어진 운동화를 수선하게 된 이야기가 알려져 세인의 관심을 받았다. 신발에 그의 검소함과 성실함, 그리고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다는 일화를 통해 발을 보호해주는 수단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가 운동화에 담겨있음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운동화를 부쩍 많이 신게 된 이유는 모양은 모두 각각이지만 대체로 높이가 낮고, 둥글며, 부드럽고 편안한 착화감을 가진 운동화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부담 없이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과거에 비해 불필요한 격식이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벗어나, 한층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수 있을 것이다. 실용성과 활동성에 평등한 굽높이까지 갖춘 운동화는 열정과 성실함으로 일상사를 이어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함축된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또한, 어쩌면 고단함이 있는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함께 뛰고 나누려는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발현된 보다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확대해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덧 2016년도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운동화를 신고 삶의 현장을 힘차게 누비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각자의 운동화 끈을 꽉 조이고, 올해의 마지막 달도 힘차게 달려 희망찬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 어떨지 마음 깊이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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