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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공백에 고립된 한국외교] 中은 사드 보복...日은 스와프 중단 뒤통수...'국제 샌드백'된 한국

中, 금한령 이어 기업 세무조사·무역규제 등 압박

日도 스와프·조선업 문제 거론...자국이익 극대화

트럼프 무역공세까지 겹칠 땐 경제외교 최악 우려

'경제 컨트롤타워' 서둘러 세워 공세에 대응해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최악의 국정 공백이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한국이 ‘국제 샌드백’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현지 한국 기업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단행하고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상의 중단을 시사했다. 한국의 과도한 대미무역흑자 등에 불만을 표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1월20일)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대로라면 우리의 경제외교 전략이 최악으로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에서 한국 측의) 누가 협상을 결정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협상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중단을 시사했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타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으로 관계를 돈독히 가져갔다. 이러한 한일 간 우호적인 분위기에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당국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으로부터 “한국이 ‘자살골’을 넣고 있어 협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취지의 굴욕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들었음에도 기획재정부는 “실무진에서 계속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앞서 1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한국 정부가 조선업을 불공정 지원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시비가 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일본이 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공세 역시 거칠어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사업장에 대해서도 소방·위생·안전점검 등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한류 스타의 출연을 막는 ‘금한령(禁韓令)’을 강화하고 있고 비관세장벽도 높이는 실정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활용해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WTO 규율을 뻔히 아는 중국은 이에 위배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제대로 대처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제와 관련, 한국에 불만을 표시해온 트럼프의 취임도 가까워지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외환정책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심화하는 국정 공백으로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불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미국이 최대 타깃인 중국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도매금으로 끌려들어 갈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미국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주요 척도인 GDP 대비 경상흑자 등은 우리가 중국보다 높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아소 부총리는 트럼프 신행정부의 상무장관 내정자인 윌버 로스로부터 친서를 전달받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표단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것 외에 특별한 조치가 없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한국의 국정공백 사태를 중국·일본 등이 십분 활용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하루빨리 제대로 세우는 등 경제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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