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로 대표되는 원자재 가격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를 낳던 원자재 관련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 수단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원자재 상품에 관심을 보이자 일부 증권사들은 연 수익 최대 8%가 넘는 DLS 상품을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월 원유 DLS 신규발행금액(공모기준)은 전월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5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도 원유 DLS의 발행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면서 9일 기준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10월 발행 규모(180억원)를 이미 넘어선 기록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또다시 지난달 발행금액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원유 DLS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기폭제가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월 배럴당 2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두 배가량 오른 52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원유 DLS는 대부분 WTI나 브렌트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신주용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저유가에 따른 투자감소로 공급 증가가 제한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로 수요가 회복되면서 내년 원유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내년 배럴당 50달러대의 안정적인 유가 전망 속에서는 원유 DLS 등을 활용한 간접투자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도 앞다퉈 수익률을 높인 원유 DLS 상품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최근 WTI와 브렌트유 선물에 투자하는 1년 만기, 연 8.4%의 수익을 지급하는 DLS를 판매해 투자자들로부터 23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실적평가가 끝난 12월에 2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다른 기초자산 상품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도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 연 7.2%의 수익을 지급하는 DLS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증권과 하나금융투자, HMC투자증권(001500) 등도 1년 만기 기준 연 수익 6~7%대의 DLS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경호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솔루션팀 차장은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보장수익도 연초 대비 1%포인트가량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던 원자재 가격은 공급 부문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내년에는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울러 글로벌 정책 기조가 통화완화정책에서 재정부양책으로 전환되면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실물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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