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 부문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경기위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 곳간을 풀고 외환시장 안정 목적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부채는 1,003조5,000억원으로 1년 전(957조3,000억원) 대비 46조2,000억원 늘어났다. 공공 부문 부채는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4년 전인 지난 2011년(753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50조2,000억원(33.2%)이나 불어났다.
다만 국내총생산(GDP)이 늘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소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GDP 대비 공공 부문 부채 비율은 64.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의 재무상태가 개선되면서 공공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398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문제는 공공 부문 부채 가운데 3분의2를 차지하는 중앙·지방정부 등 일반정부 부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67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조6,000억원(9%)이나 증가했다. 2014년(9.7%)에 비해 증가속도는 소폭 둔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이 3.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빚 증가속도가 경상성장률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정부 부채는 지난해 전년 대비 53조3,000억원 증가한 57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정부 부채는 전년 대비 6조6,000억원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1조6,000억원, 교육자치단체 부채가 5조7,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일반정부 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둔화하는 경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평채 발행을 늘린 것도 정부 빚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재정과 외화보유액 확대를 위해 늘린 국고채만도 48조6,000억원에 달했다.
늘어나고 있는 공공 부문 부채는 향후 정부 세입이 줄어들 경우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경기부진으로 기업의 수입과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이는 세입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입이 줄어들면 국가의 부채상환 능력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면 세입도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먼저 세수에 대한 면밀한 예측이 필요하다”며 “세출과 세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추경이 되풀이되면 적자가 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나라 부채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 공공 부문 등의 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추진해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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