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에 독감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제약주가 모처럼 반등하고 있다.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독감에 백신이 동나면서 독감 치료제를 생산·유통하는 제약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제약주가 한미약품(128940) 사태 등으로 부침을 겪으며 최근 5년간 평균 밸류에이션을 밑돌 만큼 저평가돼 있어 독감 사태가 제약주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교뿐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독감이 유행하면서 제약주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 학교에서 결석생이 속출하고 일부 학교는 긴급 휴교에 들어가는 등 독감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하며 주식 시장은 ‘독감 수혜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 독감이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데다 20년 만의 강추위가 예고돼 독감과의 싸움이 내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백신을 생산·유통하는 제약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8일 독감 주의보를 발령한 후 관련 제약주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시장은 이미 독감 수혜주에 베팅을 하고 있다. 독감 백신(3가·4가) 생산업체로 올해 물량을 완판한 녹십자(006280)는 8.83% 상승했고 SK케미칼(006120)도 3.25% 올랐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생산하는 타미플루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종근당은 11.65% 올랐고 타미플루의 대체 의약품으로 떠오른 ‘한미플루’를 생산하는 한미약품은 5.41% 상승했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계절 독감 백신은 매년 유행하는 균주에 따라 그해에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재고는 모두 반품시켜 폐기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올해 영유아 독감 백신의 무료 접종 시행이 지연되면서 백신 생산 회사들의 4·4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감 백신과 관련해 제약 대표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내면서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제약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8일 대비 KRX헬스케어지수는 5.40% 올랐고 유가증권 의약품업종지수는 5.19%,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5.08% 상승했다. 한미약품·유한양행(000100)·녹십자 등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임상 실험 지연 소식에 최근까지 제약업종의 주가는 부진을 거듭했지만 독감 사태를 계기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2월에 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계절 독감 백신의 접종 수요가 늘어나 4·4분기 제약업에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연말 수급이 개선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해소돼 제약·바이오 업종의 저점 신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민우·서지혜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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