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컨트롤타워 임직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특검 수사로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그룹 총수들이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데 이어 특검 수사 준비도 해야 해서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더욱 고달픈 것은 조직이 없어지거나 임직원 감축이라는 더 큰 시련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대표적이다. 미전실은 해체될 운명에 직면해 있고 정책본부는 임직원을 40%가량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권한만 있고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런 수순으로 미전실도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전실 임직원들은 계열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기존 임직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12월 초 진행했던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하지 못했다. 미전실이 해체되는 시점에 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인사를 먼저 하고 이후에 미전실 임직원을 계열사로 보내는 것은 인사를 두 번 하는 것이어서 힘들 것으로 본다”며 “미전실 해체 시점에 종합적으로 그룹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룹 전체 홍보를 맡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열사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임직원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미전실을 축소해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하부조직으로 흡수 통합하는 방식, 그룹 전반의 경영현안과 리스크 관리를 맡을 위원회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식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떠한 형태든 인원 조정은 불가피하다.
삼성의 한 임원은 “올해 복잡한 사건이 많이 터져 휴가를 하루밖에 쓰지 못했다”며 “유달리 올해는 삼성 임원들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미래전략실은 전략팀·기획팀·인사지원팀·법무팀·커뮤니케이션팀·경영진단팀·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으며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 임직원들도 조직 개편을 앞두고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롯데는 현재 △비서실 △운영실 △지원실 △비전전략실 △인사실 △개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7개실로 구성된 조직을 4개팀으로 슬림화하고 300여명의 정책본부 임직원들도 30~40%가량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 재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1월 설 연휴 이전에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2월 예정이었다가 뒤로 밀린 임원 인사도 조직 재편과 더불어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93개 계열사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군(群)으로 묶이며 카테고리별로 대표 계열사가 지정돼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다.
롯데 창사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 임직원들은 정책본부로 적(籍)을 옮길 때 기존 소속사에서 퇴직하고 롯데쇼핑으로 입사하는 절차를 거친다. 만약 정책본부에서 물러나 기존 소속 계열사로 원대 복귀할 경우 기존 직원들과 업무가 겹쳐 ‘붕 뜨는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평균 연봉이 적은 계열사에 본적을 둔 임직원은 복귀 이후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책본부 임직원들은 롯데쇼핑 연봉 기준에 준해 급여 및 성과급을 받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장을 누가 맡을지, 이른바 가신(家臣) 그룹으로 분류되는 신동빈 회장 측근 중 누가 살아남을지 모든 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세대교체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임직원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서정명·서일범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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