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이어 세월호 7시간 등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검은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사무실과 자택, 차움의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병원 원장 자택과 사무실을 비롯해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집무실과 자택도 포함됐다. 특검은 이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진료기록과 개인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특검이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비선진료와 대리처방 등 의료 농단 여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씨와 김 원장 등이 연루된 의료 농단이 세월호 7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월호 7시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의료 농단부터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특검은 먼저 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수면을 유도하는 프로포폴을 처방하고 미용 시술을 했다는 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원장은 시술 대가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 의사 위촉, 박 대통령 중동 4개국 순방 동행, 부인 회사 와이콥스메디칼의 서울대병원 납품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상만 전 원장은 2011~2014년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 재직 당시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했다는 ‘대리 처방’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인물이다. 서 원장은 와이콥스메디칼이 서울대병원에 납품하도록 하는 등 김 원장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한 자료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이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특검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하는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속도를 냈다.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정무수석실이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서다. 특검은 앞서 26일 김 전 실장 자택과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교육문화수석 재직 당시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철민 프랑스 대사도 29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을 결정하도록 부당 압력을 가하는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이날 긴급 체포했다. 특검은 그를 상대로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으로부터 두 회사 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하라는 지시나 요구를 받았는지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특검은 29일 오후 2시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최 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이유와 대가성 여부를 캐물을 계획이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 7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영재센터 이야기를 듣고 심적 부담을 느껴 후원하게 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특검이 수가 개시 이후 삼성그룹 관계자를 공개 소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 소환을 시작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특검 소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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