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주요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은 더욱 절박하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쇄신을 통한 위기 대응에 한목소리를 냈다.
2일 열린 시무식에서 기업 총수와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쇄신·개척·새정신·딥체인지’ 등과 같은 표현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을 쏟아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에 관한 한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과거의 성공 방식보다 개척 정신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우리 앞에 전개되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고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지난 성과보다는 다음 도약을 강조하며 “마부정제(馬不停蹄·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자는 의미)의 마음으로 다음 50년의 도약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새 생각, 새 정신’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패러다임의 대 전환기를 맞아 새 생각, 새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오늘의 안정과 동시에 내일의 성장을 위한 혁신의 강도를 더욱 높이자고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체인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며 내부로부터 근본적으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철저하게 대비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올해 그룹 경영방침으로 ‘4차 산업사회 선도’를 내세웠다. 그는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4차 산업사회의 발전 속도는 점점 가속화돼 잠시라도 방심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4차 산업혁명을 따라가기보다는 우리가 주역이 돼 선두그룹으로 앞장서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기업의 미래 성장을 담보하는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는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기존 사업의 체계적인 성장과 더불어 적극적인 M&A로 장기 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각 계열사가 주력 사업에 대한 성장 발판을 마련해 ‘월드 베스트 CJ’로 거듭나야 한다”고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기내 난동 등으로 서비스 부문에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체득된 규정과 매뉴얼을 토대로 정확하고 단호한 대처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경제전망을 어둡다고 말하지만 임직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 하나되는 허들링(Huddling)으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허들링(Hurdling)에 성공하자”며 ‘허들링(Huddling& Hurdling) 2017’을 경영지침으로 선언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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