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차 제작 기술력이 양산 직전 단계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나 프리미엄 전기차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와 달리 차 가격의 5% 전후의 저렴한 비용만 추가해 바로 양산 가능한 자율주행차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2025년 2,500만대로 추정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8시20분(현지시각)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웨스트게이트호텔 인근 4.3㎞ 구간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EV(전기차) 자율주행차에 동승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기 위해 의왕연구소에서 10월께 차량 두 대를 미국으로 실어와 3개월가량 주행 연구를 진행했다.
시승에 활용된 아이오닉EV 자율주행차는 겉모습으로 봐서는 일반 아이오닉EV와 다를 게 없었다. 구글이나 애플의 자율주행차가 지붕에 거추장스러운 센서를 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다른 점을 굳이 찾자면 차량 전면 그릴 하단과 양쪽 헤드라이트 아래 달린 ‘라이더’센서, 그리고 자율주행차에 부여되는 네바다주 특유의 번호판 정도였다. 네바다주는 자율주행차 번호판에 ‘무한대’ 표기와 A와 U를 세로로 쓴 후 숫자를 부여한다.
차량 출발 후 운전자가 메인도로인 파라다이스 로드에 진입하면서 ‘크루즈’ 버튼을 누르자 아이오닉EV는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도로 제한속도 내에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높이고 줄였다. 차량 앞유리 위쪽에 부착된 스테레오 카메라는 신호등의 위치를, 가운데 카메라는 색상을 구분해 신호 변동에도 오작동 없이 대응했다. 전방에 차량이 나타나자 100~150m 전부터 브레이크가 작동됐고 서서히 차량이 멈췄다 다시 출발했다. 비보호 우회전을 해야 할 때는 건널목을 건너는 보행자를 차가 감지, 보행자가 절반 이상 도로를 건너가자 다시 출발했다. 아직 스스로 차선을 바꿔 비어 있는 도로로 주행하지는 못하지만 운전자가 왼쪽으로 깜빡이를 켜면 왼쪽으로 차선을 바꾸고 오른쪽으로 켜면 오른쪽으로 주행했다. 도로 상황에 따라 급가속이나 급정거가 없다 보니 연비도 일반 운전을 하는 것보다 우수한 편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와 뒷좌석에 설치된 주행정보 모니터에는 전후좌우 측방에서 감지되는 사물들이 영상으로 표기됐다. 사람이 지나가면 사람 모양이, 차가 지나가면 차 모양이 나타났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테슬라에서나 보던 모습이었다. 최대 50㎝ 오차로 차량이 주변의 사물들을 모두 감지하고 있었다. 야간 자율주행은 주변 조명이 어두워 차량 센서가 사람과 자동차, 사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각종 불빛에 차선·신호등이 반사되기 때문에 인식 능력이 떨어져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오닉EV 자율주행차는 오작동 없이 주행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도로에는 차선이 없고 연석으로 차선을 구분하고 있었지만 무리 없이 주행했다.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하면 자율주행 모드는 종료됐다.
현대차의 아이오닉EV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5단계 중 4단계 수준인데 업계에 가져올 파장 중 하나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테슬라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시연을 맡은 유병용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지능형안전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라이더 하나 가격이 20만원 전후로 총 3개의 비용을 합쳐도 차 값의 5%에도 못 미친다”며 “현대차가 가진 양산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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