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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엄포에 벌벌 떠는 글로벌기업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도요타·혼다·FCA 등 세금폭탄 위협에 잇단 백기

美 투자 앞다퉈 발표..국정 혼란에 한국기업 비상

도요타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전시한 신형 캠리 쇼카. 미국 성조기에서 색상 구성을 가져왔고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창문에는 ‘빌트 인 켄터키’, 양쪽 사이드에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글씨가 문에 붙어 있다./디트로이트=강도원 기자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진행된 북미국제오토쇼 도요타의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은 예년과 좀 달랐다. 연사로 나선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신형 ‘캠리’를 소개하던 도중 갑자기 도요타가 미국에서 지난 60년간 약 220억달러를 투자했고 13만6,000명을 직간접으로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켄터키 공장이 지어지기 전 공장 부지 사진과 현장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앞으로 북미에 5년간 10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도요다 사장은 “캠리는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라며 “캠리는 미국에서 만들어 미국인들이 타는 가장 미국적인 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요타 전시장에는 성조기의 파란색·붉은색·흰색을 입히고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커다랗게 새겨진 신형 캠리가 전시돼 있었다.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는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의 요구에 기업들이 응답하는 자리였다. 도요타·혼다와 닛산 등 일본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인 FCA나 제너럴모터스(GM)·포드도 직간접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투자를 이미 결정한 곳은 결정한 대로, 아직 못한 곳은 못한 대로 앞다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자동차 외에 정보기술(IT)과 가전 부문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트럼프에게 줄대기’는 당선인 측의 ‘세금 폭탄’ 위협이 근본적인 이유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대기업들의 고민과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유독 지금까지 미국에 대한 투자나 고용 규모 소개, 신규 투자계획 발표가 많았다.

혼다의 프레스 콘퍼런스도 그랬다. 연사로 나선 하치고 다카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판매량이나 올해 판매목표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옛날 기사를 보여주며 “올해는 혼다가 미국 공장에 투자한 지 40년이 되는 해로 지금까지 총 170억달러를 들여 12개 생산 및 부품 공장을 지었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사업계획을 소개하면서는 “오는 2018년까지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차량은 물론 전체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인데 이의 핵심부품은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의 10단 자동변속기도 미국에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미니밴 신형 오디세이는 미국 지도에 앨라배마 링컨 공장 위치까지 띄워가며 디자인과 개발 및 제작까지 미국에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장인 오하이오 이스트리버티 공장까지 포함해서는 미국에서 총 6개 차종을 만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닛산 역시 이날 행사에서 “2011년 이후 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5년간 약 90%나 숫자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미디어 브리핑에서 “멕시코 공장을 당장 폐쇄할 계획은 없고 미국에 투자를 바로 하기에 자동차 생산과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각국의 규제를 지키는 것이 회사의 기본방침”이라고 말해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최고 화두 역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대응이었다. 메리 배라 GM CEO는 “소형차 생산공장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미국에 40여개 공장이 있고 지난 2년간 약 110억달러를 투자했다”며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전날 10억달러(약 1조2,073억원)를 들여 2020년까지 미국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공장설비를 대거 교체하고 최대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힌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세르조 마르키온네 CEO는 멕시코 기자의 질문에 “멕시코는 좋은 생산기지”라며 “다만 나는 통상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필요한 것은 다음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볼보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미국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발표 멘트에 꼭 ‘투자를 더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자동차 업체들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또 미국 정부의 결정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도요타 리콜사태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좋은 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팔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를 재협상해 35%의 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고 여기에 더해 도요타와 GM을 찍어 경고하는 한편 멕시코 투자를 철회하고 미국 투자를 결정한 포드를 극찬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뿐 아니라 IT나 전자 기업들도 미국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IT업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지난해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고 5만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북미시장에 신규 공장을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CEO(부회장)는 CES 2017에서 “관세 때문에 미국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80% 정도 완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향후 현대자동차가 북미 제2공장 건설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문을 기업들이 받아들이면서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각종 요구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본격화될 경우 타격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와 고용은 기업의 현재(영업이익)와 미래(기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각 기업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택을 달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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