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러스티 패치드 호박벌’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달 퇴임을 앞둔 오바마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한 마지막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번 명령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후 변화, 친환경 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20일 들어서면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조치들이 백지화하거나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대륙에서 흔했던 러스티 패치드 호박벌이 미국 연방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7종류의 호박벌이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지만 이들은 하와이에서만 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러스티 패치드 호박벌의 숫자는 거의 90%가 감소했다. 연방 야생동물국 관계자는 “살충제와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와 질병으로 인해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한 때 미국 내 28개 주와 워싱턴 DC, 그리고 캐나다의 2개 주에서 발견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과거 번성했던 지역 중에서 좁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호박벌 보호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은 호박벌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그들을 죽이는 살충제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행정 명령은 환경을 보호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마지막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북극해와 동부 해안지방에서 바다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영원히 금지했다. 이어 유타와 네바다 주의 2곳의 165만 에이커(6,677 평방 킬로미터)의 연방정부 땅을 국가 명승지로 지정했다. 또 대서양의 6곳에서 이뤄지는 석유 탐사를 차단했는데, 내진 시험으로 해양 생물이 위협받는 다는 이유를 들었다.
러스티 패치드 호박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은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북극곰 생존이 위협받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와 싸우는 중요한 조치가 없으면 북극곰이 사라질 것이라는 어류 및 야생동물국 발표 이후 하루만에 나왔다.
연방 야생동물국 관계자들은 멸종 위기종 지정에 몇 년씩 걸리거나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300종이 새롭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는데, 이는 500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빌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두번째 기록이다. 반면 조지W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62종이 새롭게 리스트에 추가됐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를 적대시하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위기종 지정이 다시 제한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호박벌과 꽃가루를 옮기는 다른 벌레들이 환경에 중요하다. 어류 및 야생동물국의 중서부 지역 담당자인 톰 멜리어스는 “꽃가루 매개자는 작고 미미하지만, 우리 세계를 떠받치는 자연 현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없으면, 우리의 숲과 공원, 그리고 들판과, 관목지대에서 그들이 지원하는 풍부하고 활기찬 생물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면서 “우리의 농작물들은 일일이 사람의 힘으로 꽃가루 받이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식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벌과 나비, 그리고 다른 곤충의 존재가 위협받으면서 생물학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망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 국제연합(UN)과 관련 있는 그룹의 연구 결과,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식량 생산에 도움을 주는 많은 수의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대학의 데니스 반엥겔도프는 “호박벌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위는 우리의 지역 사회를 살리는 일이다”라며 연방 정부 조치를 반겼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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