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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현대차 '구원투수' 떴다

출시 초반부터 예상 뛰어넘는 인기몰이<br>내수 부진에 빠진 현대차에 효자 될 듯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내수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2016년 10월에는 내수시장 점유율이 30% 초반대로 내려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프로젝트명 ‘IG’)를 시장에 내놨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 내수시장 판매 확대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일단 초반 흥행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양웅철 부회장(오른쪽)과 디자인총괄 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 11월 22일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신형 그랜저는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6세대 모델이다. 그동안 그랜저는 국산 고급차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였다. 모든 세대 모델이 큰 인기를 끌었고, 현대차도 그랜저만큼은 실패를 우려한 적이 없었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에 거는 기대는 이전보다 각별해졌다. 신형 그랜저는 ‘구원투수’의 의미가 강하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현대차의 내수시장을 살릴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2016년을 보냈다. 내수 판매 부진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2016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모두 24차례 파업하고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국내 경쟁업체들은 잇따라 신차들을 쏟아내면서 판매량을 높였다.

현대차는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에서 58만6,48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판매량 63만2,061대보다 7.2% 줄어든 수치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은 판매량이 늘었다.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르노삼성자동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16년 ‘SM6’와 ‘QM6’ 등 핵심 차량을 새로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9만7,023대를 팔았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한 6만7,982대보다 39% 늘어난 수치다. 중형 세단 ‘말리부’를 내놓은 한국GM은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16만1,962대를 팔아 2015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5.6% 증가했다.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한 쌍용자동차는 9만2,854대를 팔았고(2015년 동기 대비 5.1% 증가), 기아자동차는 신형 ‘K7’을 선보이며 48만5,400대(2015년 동기 대비 2.4% 증가)를 판매했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현대차의 파이를 가져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원래 2016년 12월 출시 예정이던 신형 그랜저를 한 달 앞당겨 조기 등판시켰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의 2016년 내수시장 점유율 상승을 견인할 사실상 ‘마지막 카드’였다. 현대차는 2016년 11월 2일부터 신형 그랜저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출발이 좋았다. 사전 계약 첫날에만 1만5,973대가 계약됐다. 이는 2016년 국내 준대형차 월평균 판매대수인 1만586대를 5,000대 이상 넘어선 수치다. 또 현대차가 국내에서 사전 계약을 실시했던 차종 중 역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중순까지 신형 그랜저 누적 계약 대수는 4만1,000대를 넘었다. 현대차는 고무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내수 시장 부진에 대한 타개책으로 신형 그랜저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초기 판매 흥행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현대차 내부 판단이다.

신형 그랜저의 인기 덕분에 현대차 아산공장은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 아산공장은 신형 그랜저 물량을 대기 위해 2016년 들어 처음으로 특근을 했다. 아산공장에서는 신형 그랜저와 LF쏘나타를 함께 생산한다. 전체 물량의 30% 수준이었던 그랜저 생산 비중은 50%까지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물량 공급이 원활하면 월 1만대 판매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구입 신청 후 인도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2개월 정도” 라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 그랜저는 현대차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왔다. 그랜저라는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는 여전히 견고하다.


신형 그랜저가 인기를 끌면서 내수시장에서 고전하던 현대차가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형 그랜저 효과로 현대차는 2016년 11월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4.4%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6년 10월의 31.9%보다 증가한 것”이라며 “5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은 신형 그랜저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신형 그랜저의 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고되는 2016년 12월에는 현대차 내수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며 “2017년 상반기에 신형 그랜저 가솔린 3.3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총 6개 엔진 라인업으로 확대하면 현대차 내수시장 점유율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형 그랜저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디자인, 안전, 성능 면에서 현대차 최고급 모델 ‘제네시스’에 못지않은 상품성을 꼽을 수 있다.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데다 가솔린3.0 모델과 디젤2.2 모델에는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연비와 주행성능을 향상시켰다. 복합연비는 가솔린3.0 모델이 10.1km/l(18인치 타이어 기준), 디젤2.2 모델이 14.8km/l(17인치 타이어 기준)다. 크기는 전장 4,930mm, 전폭 1,865mm, 전고 1,470mm, 축거 2,845mm로 5세대 그랜저보다 덩치를 키웠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은 가솔린2.4 모델이 3,055만~3,375만 원, 디젤2.2 모델 3,355만~3,675만 원, 가솔린3.0 모델 3,550만~3,870만 원, LPi3.0 모델 2,620만~3,295만 원이다.

그랜저는 국산차 중 소비자 충성도가 매우 높은 모델이다. 3,000만 원대 가격을 지불하고 이만한 디자인과 성능, 실내공간 그리고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차량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비교 대상에 올릴 만한 차를 딱히 떠올리기 어려운 점이 성공을 거든 요소라는 얘기다. 대기 수요가 많았던 법인용 차량 시장도 신형 그랜저 흥행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말·연초 주요 기업들의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법인차 교체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삼성그룹 신임 임원들을 타깃으로 신형 그랜저의 ‘삼성 에디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삼성 에디션은 최고급형 차량에 들어가는 일부 옵션을 신형 그랜저3.0 모델에 넣은 것으로, 현재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판매량을 연 1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2017년 국내 시장에서 신형 그랜저를 10만대 판매할 계획”이라며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개별소비세 혜택 종료, 경기 하향 등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부담이 컸지만 사전계약 대수를 보고 다시 한번 그랜저에 대한 믿음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성공과 궤를 같이해왔다. 그랜저라는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는 아직 견고한 편이다. 신형 그랜저가 앞으로 얼마나 더 힘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가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난다면 그때는 진짜 현대차의 위기가 될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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