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제조업체 A사는 3년 전 원청으로부터 금형 제조위탁을 받고 납품해 왔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고 단가는 금형제작 마무리 단계에 원청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공정상 20.9%의 단가인상이 필요해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년 동안 3억4,000만원을 받지 못했고 이 업체는 계속되는 경영 악화에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8일 발표한 ‘2016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납품단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2.7%에 달했다. 이 조사는 지난 12월 중소제조업체 4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 1년간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52.0%에 달했지만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2.8%에 불과했다. 반면 ‘납품단가에 변동이 없다’고 응답한 업체는 71.6%, ‘하락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15.6%였다.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원가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불공정행위로는 부당 단가결정(17.1%), 대금 미지급(14.7%), 선급금 미지급(10.7%), 대금조정 거부(7.4%), 부당감액(6.7%) 등이 있었다.
납품 후 60일을 초과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원청업체는 수급 기업에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60일을 초과해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수급 기업 80.9%가 법정 지연이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60일을 초과한 만기의 어음으로 받는 경우 77.9%가 어음할인료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이러한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한 피해구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응답 기업의 46.1%가 피해구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구제를 위해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절차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손해배상 소송시 법률 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 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이 증가하면서 결제조건이 점차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납품단가와 관련한 불공정행위는 중소 하도급업체에게 여전히 애로요인으로 남아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의 노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으므로 납품단가 인상에 적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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