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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제로에너지빌딩 시대]조명·냉난방 자동조절하는 제로에너지빌딩..."나무 20억그루 역할"

'신재생발전+스마트그리드'로 에너지효율 높인 건물

2020년 모든 공공부문 의무화...2025년엔 민간 확대

2030년 火電10기 규모 1,300만톤 온실가스 줄이기로

정부, 연간 10조 투자·10만명 고용유발 효과 기대도





지난 2015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의 기초인 스마트그리드시스템(SGS)이 도입된 한국전력 경기도 구리지사. 5층으로 된 이 건물 옥상에는 가로 1.6m, 세로 1m 규모의 태양광 판 84개가 설치돼 있다. 태양광 판 바로 옆에는 3m 높이의 1㎾ 규모 풍력발전이 돌아간다. 이 건물 4층으로 내려가면 커다란 스크린에 옥상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얼마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지와 각 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 컴퓨터 한 대까지 전력 사용량이 나온다. 전기 사용이 많은 날이면 제어실을 통해 각 사무실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밝기도 조절한다. 한전 구리지사가 신재생에너지발전과 에너지효율을 높여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는 연간 12톤. 30년생 소나무 1,800그루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발전과 스마트그리드를 결합해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는 ‘제로에너지빌딩’ 시대가 시작됐다.

2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부터 개정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 지난 20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열성능을 극대화 한 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용하는 건축물이다. 태양광 등으로 조달한 전력은 높아진 단열기능으로 인해 손실이 적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기술을 통해 전력 효율을 추가로 극대화해 건물에너지를 절감하는 식이다. 에너지소비량과 생산량의 균형을 맞춰 에너지 자립을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계약전력 1,000㎾ 이상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은 5% 이상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BEMS 설치(연면적 1만㎡ 이상)를 의무화했다. 2020년에는 공공 부문 건물에 제로에너지빌딩이 의무화되고 2025년에는 민간 부문까지 확대한다.

소형 열병합발전시스템과 지열히트펌프, 지붕형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 시킨 스위스의 패시브하우스 모습.


제로에너지빌딩은 지난해 말 발효된 새로운 국제 온실가스감축계획인 파리협약(posr2020)과 연계돼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2015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2억9,200만 이산화탄소환산톤(CO2-eq)에서 2013년 6억9,500만톤으로 23년간 137.6%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난해 발효된 파리협약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0%(11.3% 해외감축)를 감축하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만 약 2억1,9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건물 부문에서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만 3,580만톤, 전체의 16.34%로 발전과 산업 부문 다음으로 많다. 정부가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에 박차를 가해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실제로 제로에너지빌딩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BEMS 설치 확인을 받은 경기도 안양 LS산전 연구개발(R&D) 캠퍼스는 한국전력 구리지사보다 더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건물에 적용된 최첨단 BEMS 기술만 13개다. 신재생에너지발전을 비롯해 실내 공기질과 습도까지 분석해 냉난방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BEMS를 통해 연간 10~1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의 시범 사례로 건설 중인 아산시 중앙도서관 조감도.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2018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특히 제로에너지빌딩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센서, 건물관리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시장이 생긴다. 제로에너지빌딩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생겨나거나 기존 기업들이 새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2020년 주거건물, 2030년 공공건물에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유럽도 2020년까지 신축건물에 제로에너지를 강제할 방침이다. 글로벌 조사업체 나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2,4000억원 규모의 BEMS 시장은 2024년 10조8,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올해 미국이 BEMS를 포함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약 31억달러, 유럽연합(EU)은 69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열히트펌프를 주열원으로 하면서서 고효율 가스콘덴싱 보일러를 보조해 사용해 효율 극대화시킨 독일의 한 패시브하우스 모습.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과감한 지원을 실시한다. 제로에너지빌딩를 설치하는 건물에 대해 용적률과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을 최대 15% 완화하고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한 보조금도 30~50% 한도 내에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설비와 BEMS에 투자한 비용에도 최대 6%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공제하고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은 공공임대·분양주택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대출 한도도 최대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 건물 부문 감축량(3,580만톤) 가운데 36%인 1,3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1,300만톤은 소나무 19억5,200만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온실가스량과 맞먹는다. 정부 관계자는 “제로에너지빌딩을 통해 2030년까지 500㎿급 화력발전소 10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연간 10조원의 투자와 10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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