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아이의 육아 문제로 아내와 크게 다퉜다.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자신도 육아휴직을 쓰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여직원 한 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회사로부터 권고사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신문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딴 나라 얘기 같다”고 토로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7,616명으로 전년(4,872명) 대비 56.3% 늘었다. 증가세는 컸지만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았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8만9,795명 가운데 남성의 비율은 8.5%에 그쳤다. 10명 중 1명이 안되는 셈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64.9%로 높았다. 물론 30인 이상 100인 미만과 10인 미만 기업도 이 기간 각각 56.6%, 46.2%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주가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처분이 내려진다. 문제는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유·무형의 압력을 받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 사실상 육아휴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육아휴직은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신청해야 사업주에게 의무가 부과된다”며 “법을 바꿔 사업주에게 강제하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육아휴직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쓸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활용을 높이고자 올해부터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 부여 지원금을 근로자 1명당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한다. 처음으로 육아휴직 사용자가 생긴 중소기업에는 월 10만원의 추가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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