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 벽의 구조적 비대칭성(Chirality)을 조절, 수평형의 반도체 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원하는 물성의 탄소나노튜브를 자유자재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펑 딩(Feng Ding)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은 베이징대 징 장(Jing Zhang)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반도체 탄소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촉매의 종류를 바꾸면 다양한 물성의 탄소나노튜브를 구현할 수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룬 흑연판이 길게 튜브처럼 말린 구조의 물질로 굵기가 머리카락 10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탄소나노튜브 중에서도 단일벽으로 구성된 수평형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 성질을 띠고, 열 전도성과 물리적 강도가 우수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마이크로칩 소자로 주목받아왔다.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은 튜브의 직경과 튜브 벽이 뒤틀려 말린 각도, 즉 구조적 비대칭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실험을 반복해 우연히 상용화에 좋은 물성을 결정하는 조건을 찾는 방법 외에는 최적화된 비대칭 구조를 찾아 튜브를 대량으로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와 촉매의 결정 구조가 유사할수록 촉매와 탄소가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에 착안, 탄소나노튜브와 유사한 결정 구조를 갖는 촉매로 탄화텅스텐을 찾았다. 연구진은 사파이어 결정 기판 위에 탄화수소 반응가스와 분말 형태의 초소형 탄화텅스텐 촉매를 공급해 순도 80-90% 이상의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말 형태의 초소형 탄화텅스텐이 직경이 작고 반도체 성질이 우수한 탄소나노튜브 형성을 유도한 것이다. 이러한 탄소나노튜브는 벽면의 비대칭적 탄소 구조로 인해 표면 무늬가 고르지 않아, 탄소 원자가 들어갈 틈새가 생긴다. 이 특징으로 인해 튜브 합성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펑딩 교수는 “안정적인 화학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촉매를 찾아 탄소나노튜브의 합성 속도를 최적화할 수 있는 크기로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순도 99.9% 이상을 가진 탄소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초소형 분말 탄화몰리브덴 촉매를 사용해 도체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이 돼 탄소나노튜브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물성을 지닌 탄소나노튜브 합성 원리를 규명하고, 합성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고성능 탄소나노튜브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 판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2월 15일 자에 게재된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