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직접 발품을 팔고 눈으로 보고 사야 안심이 되는 물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제품이다. 기계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나 같은 고객 입장에서는 하이마트나 삼성프라자, LG베스트샵 등 전자제품이 모여있는 곳에서 제품 비교도 해보고, 화려한 말솜씨의 직원의 설명도 들으면 결정이 조금 쉽다. 게다가 조금 주저하는 표정을 지으면 직원이 어느새 계산기를 가지고 와 최대 할인가에다가 할인을 더 얹어주겠다고 한다.
또 전자제품에 필요한 각종 주변 기기도 선물로 주겠다며 내 안의 지름신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산다고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제품에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고 해도 뭔가 미심쩍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점도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나 같은 결정장애 고객들을 잡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들이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1번가의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 컨시어지란 프랑스어로 ‘le Comte des Cierges(촛불 관리자)’에서 온 단어다. 중세 프랑스에서 성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초를 들고 성을 소개해 주는 촛불관리자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주로 호텔에서 고객 서비스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고객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든 사항을 신속 정확하게 해결해주는 해결사라고나 할까. 11번가의 디지털 컨시어지 역시 노트북,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솥, 전동칫솔, 전자면도기 그리고 애플까지 9개 영역의 제품군을 대상으로 고객의 복잡한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주는 속 시원한 상담이 가능하다.
기자는 TV를 상담해보기로 했다. 지난 여름 이사와 더불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낡은 TV를 버렸는데, 드라마 ‘도깨비’ 방영과 함께 TV를 다시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11번가 앱을 켜고 로그인을 한 뒤, 화면 왼쪽 상단에 있는 ‘석삼(三)자’ 모양의 메뉴를 누른다. 거기에서 11톡을 선택하고 판매자, 친구, 디지털 컨시어지 중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디지털 컨시어지 대화창으로 들어가니 9가지 제품군 중 어떤 것을 상담할 것인지 묻는 메뉴가 뜬다. TV를 선택하고 원하는 조건을 대화하듯 이야기했다.
기자의 조건은 크기는 작아도 되나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는 것. 디지털 컨시어지는 원하는 가격대와 선호하는 브랜드 등을 물은 뒤 우리 집 평수에서 가장 많이 선호하는 화면 크기가 어떤 어떤 것들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이어 5~10분 정도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11톡 알림 기능을 켜놓으면 대화 창을 닫은 채 다른 제품을 검색하거나 앱을 닫아도 대화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부터 14분 후 3개의 제품 소개가 왔다. 20만원대 스마트라의 32인치 TV, LG전자의 TV 두 개 등이었다.사실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고 얘기를 하지 않은 제품이 있었는데 그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 물론 스펙은 모두 괜찮은 제품이었다. 에너지 소비효율이며 슬림한 디자인 등에 대한 컨시어지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확실히 비교가 편했다. 그래도 디자인이 좀 더 독특한 제품을 원한다고 이야기하자 이번에는 조금 더 빠른 7분 만에 답이 왔다.
드디어 내가 생각하던 모델이 포함돼 있었다. 흥정도 해봤다. 상담사에게 노트북도 사려고 고민 중인데 두 개를 사면 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도 물어봤다. 두 개를 산다고 깎아 줄 수는 없지만 추천 모델 중 하나에 당일 안에 쓸 수 있는 5만 9,170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발급해줬다.
생각보다는 전체 대기 시간이 좀 길다고 느껴졌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시간에 내가 똑같이 검색을 한다고 해도 디지털 컨시어지만큼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평소 할인 쿠폰 쓰는 걸 복잡해 하는 나로서는 혜택까지 소개해 준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11번가는 올해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에 ‘챗봇’ 기능을 적용해 고도화 한다는 계획이다. 나중엔 손안에서 이뤄지는 ‘무노력 쇼핑(Zero-Effort Shopping)’을 실현하는 게 목표란다. 무노력 쇼핑이라니.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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