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에 한창 유행했던 투자 붐이 있었다. 워런 버핏이 중국의 한 전기자동차 회사에 투자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생소했던 자동차의 엔진을 대체할 배터리가 주목받게 됐다. 당시 세미나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말하면 기관투자가들조차도 공상과학영화 같은 느낌으로 들어 넘기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화돼가고 있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는 전통의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를 이미 뛰어넘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877%가 상승했다.
2017년은 ‘개방형 인공지능(AI) 비서’가 우리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녹아드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되는 삼성과 애플, 그리고 LG까지 모든 스마트폰은 AI 비서를 기본으로 탑재한 전혀 새로운 사업영역을 보여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AI 비서의 원조 격인 애플의 ‘시리(Siri)’를 언급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리를 단순 응답용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킨 것은 철저하게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애플의 철학이었다.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구글이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OS 1위를 차지하고 있듯이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삼성(빅스비)과 LG(구글 어시스턴트)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개방형 AI 비서들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스모킹건(Smoking Gun)이다. 조만간 개방형 AI 비서는 스마트폰 밖의 전자제품이나 다른 개인용 컴퓨터(PC), 자동차는 물론 우리 생활 전반을 모두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AI 비서를 기본으로 발전되는 새로운 산업의 범위와 속도는 상상 밖의 일일 것이다. AI 비서는 사람과 소통하며 누적되는 자연어 데이터베이스와 수많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딥러닝 기술이 접목돼 향후 2~3년만 지나도 깜짝 놀랄 산업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를 상상하면 안 된다. 이제는 잘 개발된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왔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변화는 빨랐고 그 수혜 종목들의 주가는 순식간에 올랐다는 것이다. 지금의 AI 춘추전국시대도 누가 관련 생태계를 더 넓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한두 개 업체로 통일될 것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넓은 활용성을 보여주느냐다. 비브랩스(AI 플랫폼 기업)를 인수하고 관련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삼성의 전략에 응원을 보낸다. 진짜 애플과의 전쟁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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