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버스업체로부터 버스 40대 공급계약을 파기당했고 롯데는 롯데마트를 넘어 롯데케미칼(011170)·롯데제과(004990)·롯데알미늄·롯데칠성(005300)·롯데월드까지 전방위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또 국내 저가항공사는 중국 노선 취항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까지 몰렸고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유통업체도 늘어나는 등 한국 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8일 중국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 버스 운송업체는 이날 현대차 중국법인에 공급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계약 규모는 40대로 금액으로 치면 30억~40억원이다. 통상 현대차 중국법인의 버스 공급계약이 건당 10~20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큰 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스 공급을 기념하는 세리머니까지 예정됐지만 현지 업체가 중국 버스제조사로 공급처를 변경하기로 하고 현대차와의 계약을 갑작스레 파기했다”며 “아마 사드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롯데의 피해는 한국 영업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인기 방문지인 롯데월드 고객이 급감한 것이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지난 1~2월 롯데월드를 찾은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약 20% 줄었다. 롯데월드를 한 해 찾는 이용자는 800만명이며 이 가운데 160만명이 중국인이다. 두 달 동안 약 5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은 셈이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들은 더욱 노골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영업정지 매장이 7일 현재 55곳으로 늘었다. 중국 전체 매장(99곳)의 절반 이상이다. 롯데알미늄 베이징 공장은 2월 말 중국 당국으로부터 환경조사를 받았다. 아직 결과가 통보된 것은 아니지만 생산중지나 벌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특히 미국 허쉬와 롯데가 합작으로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도 최근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을 받은 뒤 1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롯데칠성의 음료 제품은 통관중단 조치로 수출이 전량 지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대형 여행사인 캉후이여행사는 한국 저가항공사의 모객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매일 한 차례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충북 청주를 오가는 이스타항공편 유지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계 대형 유통업체인 카르푸에 이어 태국계 유통업체인 로터스마저 한국 식품 행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당초 로터스는 오는 22일부터 2주간 광둥성 내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했던 한국 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인 화룬완자는 5월부터 한국 기관과 계획했던 온라인 쇼핑몰 연계 한국 식품 판촉전을 무기한 연기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만 총 10개 이상의 한국 식품 판촉전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BK경제연구소는 사드 보복으로 한국의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147억6,000만달러(약 17조원)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1.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희원·박윤선·조민규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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