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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밤의 해변에서 혼자]비난 받는 불륜도 사랑이다...홍상수의 세상을 향한 '야유'





홍상수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자신과 불륜 관계에 있는 배우 김민희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영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온통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의 불륜을 정당화하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들의 관계임이 자명해 보이며, 자신들을 질타하는 대중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세상을 향해 그가 던지고 싶었던 야유로 들렸다.

영화는 1부 독일 함부르크 편과 2부 강릉 편으로 나뉜다.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으로 괴로워하던 배우 영희(김민희)는 아는 언니 지영(서영화)이 있는 함부르크에 간다. 그러나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도망치듯 떠난 곳에서도 영희는 헤어진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을 기다린다. 그런 영희에게 지영은 감독이 유부남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1부에서 영희는 누구에게도 이해받거나 위로받지 못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 강릉을 배경으로 한 2부에서는 영희를 이해해주는 선배 천우(권해효)·준희(송선미) 등이 대거 등장한다. 천우는 “그런 일로 일을 그렇게 그만두는 게 아니다. 너 재능이 있다”며 일을 계속 하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왜 옆에서 난리들을 치는 거야”, “자기들은 잔인한 짓을 다 하면서 왜 그렇게 난리를 쳐”라며 대중을 향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준희도 불륜을 탓하는 이들을 욕하면서 “넌 참 예뻐”라는 말을 거듭하며 영희를 감싼다. 이는 홍 감독이 지난 13일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는 비난하겠지만 자신과 김민희의 주변 반응은 전혀 다르다”고 한 말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김민희는 이 작품으로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수상했다. 이 때문에 영화는 둘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국내 공개 전부터 김민희의 연기력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론적으로 김민희의 연기는 괜찮았다. 헤어진 유부남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강릉 카페 앞에서 담배를 피며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영희는 햄릿의 오필리어를 떠올리게 했다. 가련하고 비극적이며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남자들, 다 병신 같아요”, “사랑받을 자격 있어요?”라고 당돌하고 앙칼지게 소리치는 장면에서도 실제상황인지 연기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고 김민희의 연기를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대중에게 보여줬던 당돌함, 몽환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 매력은 재확인됐지만 그 이상을 발견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영화적으로 성장(?)한 건 오히려 홍 감독이었다. 전작들에서는 남성의 시선이 주가 되면서 여성은 부수적 존재, 타자, 응시의 대상에 머물렀지만, 이 작품에서는 영희 즉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과 남성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성 캐릭터들은 뻔뻔하고 ‘찌질한’ 남성들을 대놓고 비판하는데, 남성들은 꼼짝 못하고 여성들에게 휘둘린다. 이 영화에 대해 “홍상수 감독의 ‘찌질’하면서도 거친 남성성이 정화된 작품”이라고 했던 정지욱 영화평론가의 평가를 수긍할 만하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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