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하루 사용하는 물은 얼마나 될까. 가스나 전기 계량기는 금새 찾을 수 있지만 수도 계량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 밖 맨홀을 비롯해 내부 바닥 등에 설치된 경우가 허다해 물 사용량과 요금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상당수다. 일례로 건물 바깥 땅 아래에 매설된 맨홀의 뚜껑을 들어야 계량기를 볼 수 있거나 계량기가 있는 바닥 위에 큰 냉장고가 있기도 해 수도사용량을 보려면 냉장고를 옮겨야 한다. 심지어 기름 솥이 놓여진 곳 아래에 계량기가 있어 몇 년이 넘도록 물사용량을 제대로 모르는 도넛 가게도 있다. 원격 검침인프라업체인 케이스마트피아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이종혁(50) 케이스마트피아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와 만나 “3~4년 전부터 IoT를 활용한 스마트 홈 기능이 뜨면서 전력이나 가스 소비량을 측정하는 기기들이 많이 개발됐다”며 “수도사용량도 원격으로 검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는데 이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가스 그룹의 SCG솔루션즈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경력에서 나온 그만의 틈새시장 공략이 적중한 것이다.
케이스마트피아 계량기의 핵심 기술은 저전력원거리(LPWA·LowPowerWideArea) 망에 연결된 통신 모뎀이다. 케이스마트피아가 개발한 모뎀은 계량기 안에 한번 설치해놓으면 8년간 통신이 지속돼 데이터를 사용자에 전송한다. 현재 SK텔레콤의 LPWA망인 ‘로라’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통신이 가능하려면 배터리의 전력 소모가 적어야 해 LPWA가 적합하다”며 “모뎀에서 한 시간마다 물 사용량을 원격 서버로 전송하면 다시 그 데이터를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케이스마트피아가 공급하는 스마트 계량기는 3가지 종류다. 우선 검침 환경이 좋은 곳에는 계량기 안에 모뎀이 들어간 일체형을 제공한다. 검침이 힘든 지역에는 기존 계량기에 붙일 수 있는 모뎀을 공급하고, 기존 계량기에 모뎀을 붙이기도 어려운 경우에는 유선으로 모뎀을 연결한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케이스마트피아는 창업 1년 만에 지자체 2곳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부천시와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한 후 난검침 지역 100곳에 계량기와 모뎀을 설치했고 이어 대구시 1,657개 가구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이 대표는 편리한 검침 뿐 아니라 수자원 효율을 높이는 결과도 기대한다. 그는 “전국적으로 상하수도 설비가 낙후된 곳이 많아 파이프라인에서 누수 되는 일이 엄청나다”며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하면 물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부분이 잡히기 때문에 어느 구간에서 물이 새는지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하수도관 교체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도 준비 중이다. LPWA 망 기술이 국제규격인 덕분에 규격을 맞추면 연동된 모뎀은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수출을 하기 위한 제품 테스트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에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 수도요금 전자고지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 주요 은행권 멤버십 플랫폼과 카카오 등에서 수도요금을 모바일로 알리고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 제안이 들어와 검토 중”이라며 “수도요금 납부가 전자결제로 이뤄지면 고객 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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