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법정에 출두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인 서미경(사진)씨의 패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래위 검정 색 정장을 차려입은 일명 ‘올 블랙 룩’이 그것이다. 서씨는 18세이던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돼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1980년대 초 돌연 잠적한 뒤 30여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패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씨는 럭셔리 브랜드 ‘톰포드’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검정 색 뿔테 안경, 올 블랙 슈트, 반폴라 차림의 화이트 이너, 블랙 삭스, 블랙 슈즈까지 격식을 갖춘 차분한 느낌으로 검찰 앞에 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서씨가 평소 즐겨 입던 디자인이나 컬러의 옷보다는 수수하고 절제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상하 올 블랙 슈트를 선택한 것은 검찰을 상대로 ‘거절·자기방어·자유’라는 마음 상태와 자세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컬러 및 스타일 전문가 김로아 원장은 “서씨는 화이트 이너와 블랙 재킷의 명도 대비를 통해 본인의 심란한 상황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가 대중과 카메라를 의식해 차 안에서 입고 있는 패딩 재킷을 벗고 나와 올 블랙 룩을 연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전에 이미지 관리 및 스타일링을 한 것으로 설명했다. 아울러 메이크업에서도 방어적인 스타일링으로 마무리했다. 피부톤은 본연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프트하게 표현했고 이전에 검찰에 소환됐던 여성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립스틱도 ‘피치핑크’를 선택해 ‘바른 듯 안 바른 듯’ 포인트를 전혀 주지 않은 노련함을 보였다.
가방도 일부러 럭셔리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제품으로 골랐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네스베(Agnes.b)’ 보스턴백으로 1990년대 롯데에서 수입되었다 철수한 제품으로 가격은 40만원대다.
재벌의 여인으로 살아와 럭셔리한 삶을 사는 전직 여배우라는 부정적 이미지보다 그가 소유한 계열사에서 직접 경영을 해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어필했다는 데서 최근 가장 성공적인 ‘검찰 소환 룩’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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