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가 치킨 집이다. 치킨은 요즘 AI에다 브라질산 부패 닭 파문 등으로 홍역을 알고 있다. 문제는 치킨 집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치킨 집이 퇴직자의 무덤이 되어 가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① 두 번째로 많은 폐업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경쟁이 포화에 이르면서 프랜차이즈 식당 폐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문제는 그 중심에 치킨 집이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문을 닫은 프랜차이즈 식당 수는 1만3,241개로 전년의 1만1,158개보다 18.7%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곳씩 문을 닫은 셈이다.
업종별로는 한식이 2,805개로 가장 많았고 치킨(2,793개), 주점(1,657개), 분식(1,375개), 커피(1,082개), 패스트푸드(567개) 등이 뒤를 이었다. 한식집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치킨 집이 2위에 오른 것이다.
② 무너지는 양강구도
대표 창업업종은 치킨과 커피전문점이다. 문제는 이들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커피 전문점은 1,500여개가량 증가한 반면 치킨 전문점은 200여개 이상 문을 닫은 것이다.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16년 말 기준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1만8,406개에 달했다. 반면 치킨 전문점은 7,503개로 조사됐다. 커피가 치킨 전문점보다 2.4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2015년 말 기준 1만6,900개로 조사됐다. 커피 전문점은 2016년 말에는 1만8,406개로 8.9% 증가했다. 반면 치킨 전문점은 이 기간 7,740개에서 7,503개로 200여개 이상 줄어 들었다.
아울러 경기 불황 등으로 매출은 모두 감소세지만 치킨 전문점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치킨 전문점의 점포당 평균 월 매출은 지난해 1,746만원으로 전년 대비 80만원 감소했다. 반면 커피 전문점의 지난해 매장 당 평균 월 매출은 1,490만원이었다. 2015년(1,528만원)보다 38만원 감소했다.
③ 변하는 소비 트렌드
소비 트렌드 변화도 치킨 집에는 악재다. 배달 서비스 발달과 전문 배달업체의 등장으로 주문과 배달이 더욱 쉬워진 치킨 점포 수는 출점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가치 소비의 영향으로 커피나 디저트류 지출에는 과감하지만 치킨 등 야식 음식에 있어서는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 트렌드도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시장에서 오랜 시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치킨 전문점은 프랜차이즈업체와 개인 창업자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윤경환·이지윤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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