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폐기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국 최대의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트럼프 행정부에 ‘파리 기후협약’ 잔류를 촉구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청정에너지로 변화하고 있는데다 국제사회는 물론 환경운동단체들이 강력 반대에 나서면서 법정소송에 휘말린 ‘제2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조치를 담은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폐지를 지시하고, 국유지 내 석탄 채굴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행정부는 석탄과의 전쟁을 그만둘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기업들은 석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쪽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주 국제에너지·환경 담당 대통령 특보에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가능한 한 자유롭고 경쟁적이려면 미국이 공정한 활동 무대를 보장할 파리협약의 당사자로 남는 것이 현명하다”며 파리기후협약에서 잔류를 촉구했다. 청정전력계획의 폐지와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새로운 기후 변화의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2005년 만해도 61%를 차지했던 석탄발전 비중이 올해 34%까지 떨어졌고 2026년이면 가스가 가장 큰 비중이 될 것”이라며 “천연가스의 가격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석탄발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트는 것이 투자자에게도 이득”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이 반이민 행정명령과 마찬가지로 진보성향 주(州)정부와 연방정부 간 법적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