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세종 관가는 전날 야권에서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종일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다.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참석한데다 개편 폭도 상당히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개편안에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 산업통상자원부 분리, 과학기술부 부활, 교육부 축소 또는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공무원은 발표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의 초·재선 의원이 만든 싱크탱크임을 들어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지만 우려를 표시하는 의견이 주류였다.
개편 대상에 포함된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최근 정권교체 때마다 정부조직을 뒤엎는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여서 안심했는데 이렇게 대대적인 개편안이 발표돼 당황스럽다”며 “개편안이 만약 현실화된다면 너무 개편 폭이 커서 한동안 극심한 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안이 정책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청년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양극화 해소인데 고용부와 복지부를 합치면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고용과 복지의 연계, 시너지는 지금도 부처 간 활발한 협업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청년 일자리 과제 등과 비교하면 정책 우선순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혁신부와 기후에너지부로의 분리, 통상 부문 독립이 거론된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개편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산업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기후와 에너지가 같이 붙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분야에 정책방향이 쏠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부문의 독립에 대해서는 “산업과 통상은 같이 가야 원활한 조정이 가능한데 이것을 떨어뜨린다고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개편안의 주요 타깃인 기획재정부는 각 실·국별로 ‘동상이몽’이었다. 개편안대로 쪼개진다면 재정경제부에 속할 정책 라인은 비판적인 반면 기획예산처에 들어갈 예산실 라인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기재부 경제정책 부서에 있는 한 공무원은 “정책과 예산이 함께 있어야 기재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며 “개편안대로 분리되면 부처 간 칸막이도 높아져 정책 추진력이 많이 약해질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부총리 폐지에 대해서도 “부총리 직제가 없었던 이명박 정권 때 기재부 장관의 힘이 약해 부처 간 정책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산실 관계자는 “정책·예산 권한이 한 곳에 몰려 있어 정책국에서 방향을 잡는 대로 예산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편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었다. 산업부의 한 공무원은 “이번 개편안에 문재인 캠프의 공약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보면 당 일각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고 개편안 내용도 학계에서 나온 얘기들을 모아놓은 수준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도 “차기 정부는 대선 후 인수위도 없고 대내외적인 경제·사회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서 조직개편 자체가 힘들거나,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서민준·강광우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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