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인 2조 5,000억원 수준에 거래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대한 가치평가 착오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IFC는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제외하고 실제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거래된 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IFC 가치평가에 참여한 컨설팅사는 물론 이미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들도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본지 2016년 7월 15일자 1· 2면 참조
2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IFC를 인수한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가 매입 당시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MG에 맡긴 실사 보고서의 오류가 뒤늦게 발견돼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실수가 발견된 보고서는 선순위 및 중순위 대출 기관들에게 제공되는 실사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 마콜은 현재 IFC 2빌딩 16층에서 1,329㎡와 222㎡로 두 개 공간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데 삼정KPMG는 마콜의 임차 면적을 실제 보다 약 20~30배 가까이 크게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IFC에 대한 중순위(메자닌) 대출을 검토하던 주택도시기금의 부동산 투자 전담 자문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실수를 발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컨설팅 업체에서 엑셀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브룩필드는 물론이고, 이미 투자를 집행한 선순위 대출 기관들도 크게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오류로 실사를 맡은 삼정KPMG는 물론 1조 6,000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집행한 KB국민은행·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NH투자증권(005940)·NH농협생명 등 10여개 금융사들의 평판에도 금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치명적인 오류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재 중순위 대출을 검토 중인 교직원공제회와 주택도시기금은 당초 계획을 수정해 투자 금액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교공은 1,500억원, 주택도시기금은 1,250억원 등 총 2,750억원 수준으로 중순위 대출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IFC 2빌딩 임차인의 임대차 면적을 과다계산해 IFC의 밸류에이션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담보대출비율(LTV)이 당초 예상보다 확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이자는 고정되어 있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5년 뒤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에 대한 어려움으로 원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실제 교공과 주택도시기금도 이를 고려해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 수준으로 대출 금액을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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