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 달 만에 비판적 접근에서 긍정적 평가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보고서여서 우리 통상당국도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간 미국에서 보낸 신호는 ‘재협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는데 흐름의 변화가 감지되는데다 나프타의 재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전략 등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TR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 등 교역 상대국 60개국에 대한 통상 규모와 평가·문제점 등을 담은 연례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대해 “관세 인하 및 철폐 조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수출 업체들에 새 시장 접근 기회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 1일 USTR가 ‘2017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무역적자를 2배 이상 늘렸다”면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밝힌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는 내용이다.
3월 초 USTR는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2011년 132억달러에서 지난해 277억달러로 증가한 것만을 강조해 “기대했던 효과는 아니다”라고 지적했지만 이번에는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을 총괄해 양국 교역이 2011년 1,265억달러에서 2015년 1,468억달러로 증가했다 밝혔다. 무역협정의 한 단면에 불과한 무역적자에 매몰되지 않고 종합적 분석을 통해 한미 FTA의 효과와 경제적·전략적 가치를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USTR는 또 미국의 서비스 수출이 FTA 체결 이후 205억달러 증가했다고 밝혀 한미 FTA 체결 이전부터 예상됐던 대로 “한국은 제조업에서 이득을 보고 미국은 서비스업 확대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윈윈(win-win) 효과를 재확인했다. USTR는 “한미 FTA 후 통신·금융 등 모든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접근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이후 일방적으로 자유무역협정들을 비난하면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던 한미 FTA의 실질적 효과를 이번 보고서가 조명한 점은 미 정부가 향후 무역협정 재검토 과정에서 한미 FTA 수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USTR는 특히 미국 통상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한미 FTA가 미국 자동차 수출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고 “한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도 강화했다”고 적시하며 한미 FTA의 순기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아시아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확대했다”며 전략적 가치도 강조했다.
다만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의 특허 보유 기업 독점행위 제재가 과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인 퀄컴이 휴대폰 관련 특허권을 독점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며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USTR는 보고서에서 “한국 공정위는 2016년 3월 ‘불공정한 지적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와 업계에서는 2014년 이전 버전의 가이드라인이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많은 미국 기업이 한국 공정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물론 공정위가 이러한 우려 사항을 2016년 지침에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업체의 부정적 입장을 더 많이 할애하며 지적해 여전히 공정위가 미국 측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우려의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구글에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USTR는 “로컬 기업들이 외국의 데이터 처리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해당 시장을 외국 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뉴욕=손철특파원 이현호·강광우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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