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고급 인력 유치 및 활용 부문에서도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영주권 요건 등을 대폭 완화해 고급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공식 통계에 잡힌 인원만 200만 명에 이른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2000년 49만 명에서 지난해 205만 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 노무직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월 현재 등록 외국인의 주요 자격별 현황을 보면 114만 명 가운데 비전문 취업 외국인이 26만4,000명으로 4분의1 수준인 23%에 이른다. 반면 기업투자(5,000명), 무역경영(5,000명), 상사주재(1,000명) 등으로 비중이 크게 낮다. 단순 방문을 통한 동거자(10만 여 명)를 제외하고 불법 체류자 등 비공식적인 숫자를 포함하면 비전문 취업 외국인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외국인 노동 시장은 단순기능 인력 중심”이라며 “선진국들처럼 전문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민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비자제도와 영주권 규제 완화를 통해 우수 외국인 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독일은 고급인력의 경우 체류허가 단계를 건너뛰고 즉시 영주권을 받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올해 1월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영주권 부여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른바 해외 고급인재 그린카드제도다. 아베 신조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난에 부딪히자 영주권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외국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 연구자와 기업 경영자 등이 1년 만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3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재일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통상 10년 이상의 체류 기간이 필요하다. 2012년 고급 인재 점수 제도를 도입해 이를 5년으로 대폭 줄이더니 이번에는 1년 만에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2014년 12월 발표한 적이 있다. 외국인 전문 인력의 경우 1년만 체류해도 영주자격(F5)을 부여하고 전문직 취업비자(E1~E7)를 통합하는 취업비자 점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었다. 소득 수준이나 투자 금액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나 석·박사에 재학 중인 유학생의 경우 부모의 동반 거주도 허용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빗대 ‘휴먼 FTA’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그러나 영주권을 1년으로 완화하는 제도는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학사 이상 취득한 외국인이 취업할 경우 전공이나 직종을 구분하지 않고 취업비자(E7)를 발급해주고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름은 거창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가 됐다”며 “부처 간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주권을 완화했어도 세제지원 등 다른 메리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급 외국인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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