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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티몬 '한국형 테슬라' 1호 기업으로

치열한 경쟁에 적자의 늪...기술특례상장 돌파구 삼아

삼성증권 주관사로 선정, 이달 중순이후 예심 청구

전자상거래 업체 도약 위해 오픈마켓·금융몰 등 집중

쿠팡 기업가치 5조원 추정...상장땐 시총 유통업중 최고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한국형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특히 쿠팡은 지난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1조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회사 가치를 5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던 만큼 상장 후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유통업체들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금융위원회가 올 1월 도입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테슬라 1호 기업으로 전자상거래 업체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의외다. 테슬라 제도 발표 당시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바이오 기업 중 탄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삼성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맺고 거래소와 상장예비심사를 위한 사전협의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도 주관사 선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업이 선택한 상장 방식은 테슬라 요건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적자 상태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사례를 따른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매출액 30억원 이상, 최근 2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 실적보다는 성장성에 베팅하는 만큼 상장 주관사들도 책임을 진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3개월 안에 공모가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정확히 10% 내려간 가격에 공모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쿠팡은 나스닥만 바라보는 기업으로 국내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에게 유명했다.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히며 글로벌 투자은행 IPO 담당자만 만났다. 2011년 김범석 쿠팡 대표는 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아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후 2014년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달러,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3억달러,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 등 잇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은 만만치 않았다. 비교 기업인 그루폰이 2011년 20달러로 상장했지만 3일 종가는 3.89달러다. 제대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시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여기다 마냥 상장을 미룰 수도 없다. 특히 치열한 경쟁 탓에 적자의 늪에 빠진 만큼 테슬라 상장 제도는 새로운 탈출구다. 쿠팡과 티몬의 2015년 영업손실은 각각 5,470억원, 1,419억원으로 전년보다 더 악화됐다. 이달 중순 지난해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적자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 측에서는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적자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매출액은 늘고 있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는 물론 오픈마켓과 대형마트와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쿠팡의 매출액은 2014년 3,485억원에서 2015년 1조1,33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티몬의 매출액도 1,575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증가했다.



티몬의 상장전략도 쿠팡과 마찬가지로 벽에 부딪히며 테슬라 제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 2013년 그루폰으로 잠시 경영권이 넘어가며 나스닥 상장의 꿈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루폰의 주가폭락 이후 상장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루폰의 경영악화로 지분을 다시 넘기며 바뀌었다. 신현성 티몬 대표는 2015년 오비맥주를 인수했던 글로벌 사모펀드(P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손잡고 경영권을 되찾았다. 지분에 PF가 참여한 만큼 PF의 투자 회수 계획도 중요한 경영 이슈가 된 것이다. 업계에서 KKR가 투자 3년 차가 되는 2018년부터는 투자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티몬에도 상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두 업체 모두 소셜커머스에서 한발 나아가 전자상거래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알리바바처럼 모바일로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근 쿠팡은 소셜커머스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직매입 서비스와 오픈마켓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티몬은 5,800여개의 금융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금융몰을 열면서 트래픽을 10배 이상 늘렸다. 앞으로도 판매 카테고리 확장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두 업체는 이달 중순쯤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후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상장 완료까지 통상 3개월가량이 소요되므로 테슬라 1호 상장사 탄생 시점은 이르면 7월로 점쳐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의 적자기업 특례상장 통로인 기술성 평가는 바이오 기업에 편중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쿠팡과 티몬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특례 상장기업들의 업종이 다양해져 강소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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