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이후 독자적인 활로 개척에 나섰다. 영국의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의 예멘내전 개입 등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메이 총리의 방문에 반발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메이 총리는 사우디 내무장관 겸 제1왕위 계승자인 모하마드 빈 나예프 알사우드 왕자를 만나 테러리즘에 공동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살만 사우디 국왕과의 정상회담은 5일 열린다. 메이 총리는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신설한 스포츠청(GAS)의 여성담당 부서를 맡은 리마 빈트반다르 공주도 만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사우디에 도착한 이후 히잡을 쓰지 않았다. 대신 정장 바지 차림으로 사우디 관리들과 인사했다. 정장 치마를 주로 입는 메이 총리가 바지를 선택한 것은 상대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외무부는 메이 총리에게 히잡을 둘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중동의 중심국인 사우디와 우호적 관계를 다지고 영국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영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사우디에 지속적으로 자국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문 목적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는 독재적 사우디 왕정의 충격적인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우려를 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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