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한 채는 있어서 비교적 마음이 여유롭다는 회사원 최모(45) 씨. 앞으로 10년은 노후 준비에 더 전념할 생각이다. 계속되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를 감안해 펀드나 변액연금 같은 상품에도 가입했다. 예금금리 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에게는 현재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 채와 저축은행 예금이 있고, 국내중소형주 펀드와 변액연금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 있다. 변액연금은 내가 낸 보험료로 운용할 펀드를 골라야 하는데, 최씨는 국내업종대표주식형과 채권형펀드를 선택했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 몰려있는 셈이다. 어느 한 국가에 자신의 노후를 베팅해도 될 일인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최씨처럼 내 나라 자산에 몰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나에게 익숙한 것들은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를 ‘통제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부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인 만큼 이 환경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때문에 내 나라 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되고, 분산투자가 안되니 리스크 관리도 어려워진다.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노후자금은 특히 더 국내외로 분산투자해야 한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하는 등 관련 세법 충족 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금융시장의 변화는 더 크지 않을까. 10년이란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생길 것이다.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3~4개 이상의 국내외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에서 브라질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작년에는 재미를 봤어도, 재작년에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포트폴리오가 어느 한 국가에 몰려있으면 장기간 투자하는 동안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올해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비과세해외주식형펀드에 투자할 때도 가급적 여러 국가에 분산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원한다면, 다양한 국가로 여러 개 가입하도록 한다. 변액연금 역시 해외 분산투자를 통해 노후자산 리스크 관리를 시작해보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