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들쭉날쭉해서 잘 벌다가도 한두 달 놀면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요. 일만 꾸준히 보장되면야 당연히 임금을 더 줄 수 있죠.”(김모 대표·화학제조업)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중소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470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간 매년 16%씩 올려야 한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업계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영세한 자영업자나 소기업일수록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해왔다.
수백명 규모의 중소제조업체들 역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 대표는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 우리 회사의 임금 인상률을 초과해왔다”며 “이 때문에 이미 현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밑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70~80% 직원들의 월급을 이에 맞춰 올려줘야 한다”며 “이는 큰 부담이 된다”고 걱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98.1%가 300인 미만 기업에 다니고 86.6%는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또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22만명이나 된다.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릴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워할 기업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중소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실제 폐업으로 이어져 실업을 발생한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와 역행하는 게 사실이다. IBK경제연구소의 서경란 박사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큰 부담이고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수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부터 도입해 확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새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이 바로 중소·영세사업자들의 폐업으로 이어질 만큼 파격적인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차분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최저임금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2022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이를 2년 정도 앞당기자는 것인데다 한국 경제에는 저임금 근로자가 너무 많아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 방침이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실제로 평균 임금 대비 한국의 최저임금 비율은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17위(35.7%)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임진혁·박해욱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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