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의 자산가들은 다른 부촌에 비해서도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가장 많이 털어놓는 고민도 자신의 부를 자녀들에게 잘 물려주는 상속 문제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왕운식(사진) 신영증권 압구정지점 PB(이사)도 자연스럽게 유언대용신탁을 추천할 일이 많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의 사망 직후까지 재산을 관리해주는 상품이다. 상품 특성상 어지간히 신뢰하는 PB가 아니면 맡기지 않는다. 왕 이사가 이끄는 팀은 신영증권에서도 가장 많은 유언대용신탁 가입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압구정지점에서만 15년 가까이 근무해 ‘터줏대감 왕이사’로 불리는 그를 자산가들이 먼저 찾는 덕분이다. 왕 이사는 “유언대용신탁은 혹시 모를 유산 다툼이나 치매 발병 후의 문제들을 막을 수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굉장히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유언대용신탁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초기 단계다. 왕 이사는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유언대용신탁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 왕 이사가 최근 가장 추천하는 상품은 가치주·배당주 펀드다. “지난해에는 성장주 중심의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가치·배당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올해는 동반 상승의 기미가 보인다”는 설명이다. 가치·배당주가 저평가된 상황이라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그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우선주’ 펀드를 최우선 투자 상품으로 꼽았다. 이 펀드는 최근 6개월간 약 15%, 3년간 34%, 5년간 11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그는 “PB들이 언제나 좋은 상품만 추천할 수는 없다”며 “무엇을 사는가보다 어떻게 리밸런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 이사는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때일수록 3·6개월마다 주기적인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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