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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文정부 비정규직 정책' 작심비판] 정부 일방통행에 불만...재계 목소리 키우나

아웃소싱은 세계적 추세

"중소기업 처우 개선없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어려워"

정부-재계 본격 갈등 예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국내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조건없는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26회 경총포럼에서 “최근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이나 서울대 비(非)학생 조교, 간호조무사, 집배원, 학교급식 보조원 등은 엄연히 협력업체의 정규직 직원”이라며 “현재의 논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처우가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든든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근로자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해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의 발언은 새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이 국내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왔다. 하지만 정권 초기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딴지’를 걸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과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들이 원죄를 지었다는 비판 등에 밀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이 모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함에 재계를 대표해 김 부회장이 ‘총대’를 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재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걸림돌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고용의 경직성과 중소기업 대비 과도한 임금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7,304달러로 한국(2만7,633달러)보다 34%나 더 많았지만 일본의 5인 이상 상용직의 임금수준은 3만4,808달러로 한국(3만7,460달러)보다 오히려 적었다. 경총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1987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은 480만원, 300인 이상 중소기업의 임금은 438만원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6,123만원과 3,581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격차가 확대됐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남아돌지만 청년실업이 역대 최고 수준인 50만명에 이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저성과자에 대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노조가 버티고 있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 삭감은 꿈꾸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인 하청업체 정규직 직원들은 노동계의 주장을 등에 업고 대기업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정규직인 임시직과 일용직도 모두 비정규직으로 주장하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정규직 수는 628만명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규직 임시직과 일용직까지 모두 비정규직으로 포함해 827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도한 비정규직에 대한 선입견은 일반적인 생산 방식의 하나인 ‘아웃소싱’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해 고용 시장을 더욱 경직시키고 있다. 사실 아웃소싱 사용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독일 BMW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비율은 57%에 달한다. 르노 역시 사내도급회사의 50%가 제조 등 상시 업무에 투입된다. 일본 역시 조선·자동차·화학·철강 산업 등에서 사내도급을 중요한 생산 방식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으며 500인 이상 제조업체의 59.9%(2009년 기준)가 사내도급 근로자로 종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개혁과 중소기업에 대한 처우 개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외주 근로자와 정규직 직원의 수는 유사한 수준이지만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최근 10년간 7번이나 1위로 꼽힌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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