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식자재 수입업체인 보라티알이 공모주 청약에서 부동자금이 몰리며 1,0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게임·보험 등 대형 공모주가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을 낸 가운데 식자재 유통업에 자금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상승 기류인 증시 주변에 있는 300조원의 부동자금이 안정적인 공모주로 평가되는 종목에 관심을 보였다.
보라티알 상장 주관사인 대신증권은 29~30일 양일간 공모주 청약결과 1,026.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일반투자자 대상 배정 물량인 33만7,540주 (전체 공모물량의 20%, 약 48억원)에 대한 청약을 실시한 결과 일반 공모주 청약에 2조4,769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앞서 지난 23~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기관수요예측에서는 기관배정물량인 135만주 모집에 685곳의 기관투자가가 몰리면서 557.6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보라티알은 공모주 총 168만7,000주를 기관투자가 80%, 일반투자자 20%로 배정했다. 보라티알의 이 같은 공모 성적은 2월 유가증권에 상장한 섬유·의류 제조업체인 호전실업과 비교된다. 호전실업은 나이키·노스페이스·언더아머 등 글로벌 주요 스포츠·아웃웨어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거래를 이어오며 상장 당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청약경쟁률은 331대1을 기록했고 청약증거금은 1조3,700억원이 모였다. 보라티알의 절반 수준이다.
보라티알은 다음달 8일 코스닥 상장 절차를 마무리한다. 상장 후 주식 수는 675만주, 공모가(1만2,500~1만4,300원) 기준 시가총액은 965억원이다. 보라티알은 이번 공모를 통해 모은 241억3,000만원의 자금 중 59.7%는 물류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23.7%는 품목 확대를 위해 투자한다. 나머지는 치즈 등 제조설비 확대에 투입한다.
1993년 설립한 보라티알은 이탈리아 식자재 수입 유통과 더불어 레시피 개발과 레스토랑 컨설팅 소스류 제조를 하는 식품전문기업이다. 파스타·오일·소스·절임·향신료·유제품 등 이탈리아 요리에 필수적인 식자재 가운데 고가격군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주 납품처는 1,000여개의 고급 레스토랑,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이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 납품에서 협상력을 유지하며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 이탈리아 외식산업 초창기부터 사업을 시작한 보라티알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그리스·스페인·미국 등 세계 각국의 60개 업체와 길게는 20년 넘게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보라티알과 거래하지 않으면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쪽 시장에서는 강자다.
지난해 매출은 383억원, 영업이익률은 22.2%를 달성했다. 최근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13.7%와 29.3% 성장했다. 식자재 유통과 소스제조, 레스토랑 컨설팅을 동시에 하는 업종이 국내에 드물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은 식품업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가공식품에 치중했던 품목은 신선식품으로 넓히고 제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물이나 바질 등 특수 야채, 육류, 와인 등을 수입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직접 야채를 수경재배할 계획이다. 프랑스 1위 유제품 기업인 L사로부터 기술을 제휴 받아 국내 공장에서 치즈를 생산하고 이를 주변 국가에 판매하는 사업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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