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기후변화협정 탈퇴에 맞서 국제적 사안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무역·통상 문제로 인해 첫 시험대가 된 ‘녹색동맹 강화’ 문제부터 진전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4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EU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에 대응해 채택할 예정이었던 기후변화 공동성명이 양측 간 통상 이슈로 불발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벨기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탄소배출 1위 국가인 중국과 3위 EU가 기후 문제 진전에 협력할 경우 나머지 당사국들에도 긍정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과 EU가 미국이 빠진 국제 문제에서 함께 지도력을 발휘하며 위상을 높이는 첫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양측은 실제 회담에서 협약 진전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었다. EU는 중국의 EU 투자가 줄어들고 철강 반덤핑 문제가 여전하다며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추가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 15년간 유지돼온 세계무역기구(WTO) 내 비시장경제(NME) 국가 지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EU가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동의해야 한다는 뜻을 재강조했다. 중국이 경제적 보상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결국 성명 채택은 보류됐다. EU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의에서 양측은 파리협정 실행을 위한 협조에는 일치를 봤지만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기후 이슈에서 ‘책임 있는 대국’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국제사회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결국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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