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높은 O2O(온·오프라인연계) 스타트업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배달·부동산·숙박·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한 O2O 시장에서 ‘될 성 싶은 떡잎’을 키우려는 투자자들의 선점 경쟁이 펼쳐지면서 바야흐로 ‘O2O 스타트업 2.0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간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에도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숙박 예약 서비스 업체 야놀자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국내 O2O 서비스 기업으로선 역대 최대 규모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정보기술(IT)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고위 관계자는 “O2O 시장에서 야놀자가 1등 업체인데다 시장 자체도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지난해 결성한 펀드인 만큼 투자부터 회수까지 4~5년 정도 지켜볼 계획이며 RCPS(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RCPS는 채권처럼 꼬박꼬박 수익을 받다가 기업 가치가 오르면 보통주(일반 지분 주식)로 전환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선택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600억원이라는 금액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안전성을 고려한 보수적인 투자를 한 것”이라며 “단기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O2O 분야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에 투자를 받은 야놀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6.3% 증가한 682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 손실이 35억원에 달했다. 2010년 사업을 시작한 배달의민족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상반기 가까스로 영업이익 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O2O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스타트업간 인수·합병 등 O2O 분야에서 대대적인 사업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벤처투자사 한 관계자는 “지난 해부터 수많은 O2O 기업들이 조용히 시장에서 정리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붐이 일었던 초기와 달리 벤처캐피털 등 투자사들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내실화·차별화·오프라인 사업성 등 3가지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내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유하고 오프라인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자체의 시장 볼륨이 커지는 만큼 O2O 시장도 점차 커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해 ‘미미박스’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730억원과 7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우아한형제들(750억원), 레진엔터테인먼트(500억원), 옐로모바일(478 억원), 옐로디지털마케팅(270억원), 비바리퍼블리카(265억원), 위드이노베이션(2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인 플래텀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 건수는 2014년 109건에서 2015년 233건, 지난해에는 347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금액도 7,801억원(2014년)에서 8,120억원(2015년), 1조78억원(2016년)으로 증가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