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주춤했던 철강주가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규제 차원에서 철강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글로벌 시장 공급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철광석 가격 역시 안정세를 보이며 철강 기업들에 호재가 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는 포스코와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제철(004020)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지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3.4% 올랐다. 동국제강(001230)(11.26%), 현대제철(7.28%), 고려아연(010130)(6.4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다 조정을 거쳤던 철강주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철강업 구조조정 이슈가 철강주 주가 상승에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은 스모그 등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철강 생산 고로의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국제행사 개최 문제로 철강 고로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하반기에도 시진핑 2기 지도부 후보자 심사와 맞물려 대기오염 이슈가 부각돼 정부 차원에서 철강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공급량 축소는 재고부담 완화 등 호재로 이어져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철강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중국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3월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톤당 50달러 중반까지 내려갔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광산업체들의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견조한 유가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철광석 가격의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심적으로 톤당 90달러의 철광석 가격은 불안감을 유발시켰으나 50달러 중반대는 부담을 적게 가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철강 기업에 호재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등 주요국이 재정정책을 늘리고 있는 만큼 올해 말부터 철강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철강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에서 1,000억 위안을 추가해 일대일로 기금을 3,000억 위안(48조 8,100억 원)으로 늘릴 방침을 밝혔다. 방 연구원은 “중국은 최대 철강산업 지역인 허베이성에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푸동신구처럼 새 산업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이는 철강재 수요를 올릴 뿐 아니라 철강산업 공급과잉을 조정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향후 세계 철강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초 이후 POSCO(005490),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4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4% 증가했으나 코스피 대비 9% 밑돌았다”며 “경기부양 기대감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데 향후엔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의 기대가 낮은 상황에서 공급과잉 해소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이 설비 유지보수를 진행하면서 높아진 재고가 소진되고, 표준품질 이하의 철강재가 퇴출돼 관련 제품 생산이 줄어들고 있어 철강 가격은 바닥을 확인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철강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실적 측면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2015년 7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14년 말 기준 228개였던 종속회사를 올해 말까지 144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3월 말 기준 종속회사는 182개까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올해 연간으로 58조 9,580억원의 매출액과 4조 3,8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작년보다 각각 11.06%, 54.25%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종속회사 감소에 따른 일회성 손실 등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해당 사업부문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영업외손익이 전년대비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고 올해 추가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의 경우 최근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에서 톤당 6만원 인상을 결정하는 등 가격 인상이 실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격 인상은 지난 5월분부터 소급 적용돼 연간 내수 350만 톤을 대상으로 한다. 가격 인상폭이 시장예상치와 원가 인상분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나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주가 흐름에는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1,400억원 증가할 전망”이라며 “하반기 원재료 가격 안정화로 인해 이익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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