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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화 부른 靑 '김석동 카드'

금융위원장 내정설에 정치권.업계 "무리한 인사" 비판 쏟아져

후보군들 검증 통과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김석동 카드 꺼내

금융계 "문재인 정부에 실망"..."미래비전보다는 과거지향 한계"





문재인 정부가 금융위원장으로 김석동(64·사진) 전 금융위원장 카드를 슬쩍 흘리면서 금융권과 관료사회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에서 “무리수를 뒀다”며 반발이 나오자 청와대는 13일 내놓은 장관급 인선에 금융위원장을 뺀 채 발표했다. 이에 이미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바 있는 김 위원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유력 후보자로 언론에 흘려 여론 검증을 시도해 상처만 입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금융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정말 실망했다”면서 “미래의 금융 비전을 제시해야 할 새 정부가 찾다 찾다 과거의 인물을 내세워 여론 떠보기를 하는 게 참 안타깝다”는 질책이 나왔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김 전 위원장을 금융위원장 카드로 검토했다가 다시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 2011~2013년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금융실명제와 외환위기·신용카드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대책반장을 맡은 ‘위기돌파형’ 관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중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잡음은 내부에서부터 터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민주당이 해임 촉구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로 부적격한 인사”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금융노조도 반대를 표명했다. 김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당시 막대한 차익을 얻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료사회에서도 “새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처사”라면서 “고사해야 한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전현직 관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급기야 새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김석동 카드를 꺼낸 것인데 금융계의 질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관료사회에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 전 부총리는 참여정부가 경제부총리로 내정하자 1979년 위장전입한 사실을 직접 밝히며 고사했고 청와대는 이를 무마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취임 후 경제정책을 두고 이 전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갈등을 빚자 청와대는 ‘투기성 위장전입’을 슬쩍 꺼내 그를 사실상 사퇴시켰다는 게 당시 관료들의 해석이었다. 김 전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가더라도 청와대의 정책 라인과 많은 갈등을 겪고 상처만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전직 고위관계자는 “MB정부 때 중책을 맡은 김 전 위원장에게 괜히 궂은일만 시키고 내보내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지난 정부 때부터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빠짐없이 오르내리던 인물이다. 장관급으로 급을 낮추면서까지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금융위원장에 앉힐 명분도 충분하지 않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고 그렇다고 위기가 점증하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난데없이 대책반장 카드를 꺼낸 게 좀 웃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기 상황도 아니어서 누가 가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금융위원장 후보군도 많은데 청와대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설명했다.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자 이날 오후 청와대는 금융위원장을 제외한 미래창조과학부·통일부·농림축산식품부·여성가족부 장관 인사만 발표했다. 이를 두고 주요 부처 장관 인선에 고역을 겪는 청와대가 무리한 여론 검증으로 김 전 위원장만 곤욕을 치르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 인선을 경기고 동기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밀어붙이면서 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도 경기고 동기라 청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업계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뇌관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연장할지 여부를 이달 내로 결정해야 하지만 금융위의 선장이 없어 실무자급 논의 이상의 진척이 어렵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을 해소해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는 금융위와 논의해야 할 대상이다. 이미 발표됐어야 할 개인 신용등급 산정 체계 개선안도 기약 없이 대기 상태다.

한편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로는 고승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승태 전 금통위원,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꼽힌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구경우·김흥록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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