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잇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거품 논란을 빚었던 ‘바이오 코리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새롭게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성장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우선 셀트리온(068270)이 지난 4월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의 유럽 판매 개시로 포문을 열었다. 트룩시마는 바이오젠이 개발한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은 지난해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85억8,300만달러(약 9조7,500억원) 어치가 팔렸다.
연말에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유럽 승인을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 승인을 받으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허셉틴의 지난해 매출액은 67억5,100만달러(약 7조6,100억원)로 허쥬마가 허셉틴 시장의 30%만 확보해도 매년 2조원이 넘는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글로벌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 판매 허가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허가를 신청해 향후 2~3개월 내에 최종승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휴미라 제조사인 애브비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시장진출을 위한 장애물을 없앴다.
휴미라는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통틀어 전 세계 매출액 1위를 달리는 제품이다. 지난 한 해 매출이 160억7,800만 달러(약 18조2,700억원)로 국내 바이오제약산업 전체 매출인 19조원에 육박한다. SB5의 유럽 승인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글로벌 바이오 기업 최초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휴미라·레미케이드·엔브렐) 모두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기업이 된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재평가는 신제품 개발은 물론 제품 출시 전에 핵심 기술을 수출하거나 매각하는 ‘라이선스 아웃’ 전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신약을 해외 각국에 유통하는 현지 협력사 확보도 한결 쉬워지고, 이를 통해 글로벌 매출이 늘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더 많은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경험했던 바이오주 랠리와 흡사하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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