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TV가 나온다. 삼성이 LG의 패널을 공급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40~60인치대 프리미엄급 삼성 TV에 LG 패널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삼성과 LG는 이로써 ‘세트업체-부품사’라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일본 샤프가 삼성에 패널 공급을 중단한 가운데 LG와 삼성의 협력관계는 중장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P7, P8 공장 등에서 생산하는 40~60인치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다음달부터 삼성에 공급된다. 지난해 말 샤프가 삼성에 패널 공급을 중단한 후 삼성과 LG는 물밑에서 협상을 벌여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6개월에 걸쳐 생산 계획 등을 조정했고 삼성과의 협상을 통해 중장기 공급 체계 구축에 합의하면서 7월부터 패널 공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LG 패널의 삼성 공급 물량은 연 70만~1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기존에 샤프로부터 연간 400만~500만대 분량의 패널을 공급받아왔는데 샤프가 공급을 끊은 후 일부 프리미엄 제품 생산 확대에 차질을 빚어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LG 패널을 공급받는 데 이어 중국 BOE, 대만 이노룩스 등에서도 패널 조달 물량을 늘리면서 ‘샤프발 쇼크’를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은 TV 시장에서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패널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세계 최대 TV 업체인 삼성에 패널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번 LG의 삼성 패널 공급이 양사의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의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보다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LCD 물량을 공급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와 대형 OLED,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위기 상황에서 서로의 방패막이 돼줄 수 있다”며 “양사가 설비투자 리스크를 피하면서 부품 협업체계를 구축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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