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위태하다. 안으로는 가계부채에 짓눌린 채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밖으로는 보호무역 기조 확산과 유가 및 원자재 값 상승 등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와 고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체질을 개선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방증하듯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2017년 하반기 기업경영 전략 및 기업투자지수’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5%가 ‘수익성 향상’을 하반기 경영활동의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반면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진출’을 꼽은 기업은 7.7%에 불과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수익성 향상에 목을 매는 것은 내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에도 매출과 이익 등 경영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올 상반기 경영성과가 ‘예상보다 좋았다(17.3%)’는 평가보다 ‘나빴다(26.0%)’는 평가가 많았고 그 이유로 내수 부진을 꼽는 기업이 많았다. 하반기에도 내수시장 규모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43.3%에 달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내수 침체의 원인으로는 가계부채가 지목됐다. 하반기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26.0%)’와 ‘소비 부진(23.1%)’을 꼽은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국내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미국 리스크’를 가장 우려했다. 하반기 세계 경제 불안 요인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44.2%)’이 1위였고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27.9%)’이 뒤를 이었다. 미국 리스크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불안(11.6%)’과 ‘중국 경제 불안(9.6%)’ 등 다른 요인을 압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자동차·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 기업들의 설비투자나 신규 고용 규모는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와 신규 고용을 상반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64.4%와 68.3%로 높게 나타났고 올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전체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는 응답은 59.6%에 달했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여건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투자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욕도 커 규제 완화와 경기회복이 맞물릴 경우 투자심리는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 기업의 62.5%는 현재의 투자여건에 불만족을 보였지만 ‘상반기 투자 대비 성과가 좋았다’는 응답이 65.4%,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68.3%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리스크가 다소 있더라도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77.9%가 그렇다고 답해 기업가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기업들은 하반기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소폭 올려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 목표를 ‘1~5% 확대’한 기업이 32.7%로 가장 많았고 ‘6~10% 확대’를 목표로 한 기업도 30.8%나 됐다. 기업 3곳 중 1곳은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에 비해 ‘1~5% 확대(33.7%)’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추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응답이 66.3%에 달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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