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시행되면서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40% 가량 줄었습니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연내 면세점 업체 한 곳 이상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화갤러리아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유커 감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면세점 업계 고위 관계자는 “3·4분기에도 고난의 행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에 비상등이 커졌다. 사드 보복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2분기 역시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 매장을 줄이거나 임직원들의 연봉을 줄여가며 버텨오던 면세점들이 이제 특허권까지 자진반납하기 시작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의 주요 면세점 업계의 2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 폭이 예상 수준을 넘어섰다. 롯데·신라 등 영업 경력이 오래됐고 국내인 기반이 탄탄한 면세점들은 그나마 15~25%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한화·두산·SM 등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규 면세점들은 40%에 육박하는 실적 하락을 겪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허권을 반납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화갤러리아는 3일 공시를 통해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영업을 중단하고 특허권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9년 4월까지 특허 기간이 남았지만 무려 2년이나 당겨 반납한 것이다.
제주공항공사와 계약한 임대 조건상 연간 250억원의 고정 납부와 매출 연동 납부 가운데 더 높은 것을 내게끔 돼 있는데 갤러리아 면세점은 금한령 이후 월 20억원의 매출도 못 거두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익을 250억원 이상 벌어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마지막 카드로 지난달 제주공항공사에 한시적으로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 납부만 받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공항공사가 이를 거절해 특허 반납 카드를 꺼낸 것이다.
면세점 업계의 자구 노력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달부터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법인카드를 회수했다. 두타면세점은 ‘최초 심야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최근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영업면적도 줄였으며, SM면세점도 2개 층을 비웠다.
면세업계는 올 3·4분기도 2·4분기 못지 않은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4분기에는 그나마 5월 중국 노동절, 국내 황금연휴라는 호재라도 있었지만 3·4분기에는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 별다른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국인 출국자가 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액 기여도가 높은 유커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2·4분기는 면세점 실적 부진의 정점으로 올해 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 가운데 영세한 곳은 올해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 팽배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분위기가 곧 반전될 줄 알았는데 현재로서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어 버티기만 하는 중”이라고 읍소했다.
/윤경환·이지윤·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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