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에 중형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생존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수치에 얽매이기보다는 특화된 사업 전략으로 초대형 IB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모색하고 부동산·항공기 등 해외 대체투자시장에 열을 올리는 등 자본시장 대격변 시기에 그들만의 먹거리를 찾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로 초대형 IB와 경쟁=신한금융투자는 JP모건 모델로 IB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기자본이 3조원으로 껑충 뛴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계열사 간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었다. 기업투자은행(CIB) 부문을 지주·은행·생명·금투·캐피털 등 5개 계열사를 통합해 겸직하는 그룹&글로벌 투자은행(GIB) 사업 부문으로 개편해 IB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 체계는 JP모건체이스·씨티그룹 등이 도입해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KEB하나은행과 IB 사업을 같이 진행한다. 현재 자기자본이 1조9,000억원에 그치는 만큼 당장 초대형 IB로 출발하기보다 계열사 간 통합과 시너지를 통해 기초를 쌓는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대체투자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 한국석유공사 해외자산 유동화 등 구조화 금융을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유럽 부동산에 중점을 두고 하반기에는 구조화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오는 2020년 종합금융사업자 라이선스 반납을 앞둔 메리츠종금증권은 서둘러 초대형 IB로 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7,48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하며 자기자본을 3조900억원으로 키웠다. 부동산 금융에 우위를 가지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동산은 메리츠’라는 공식을 확립해나갈 계획이다.
◇특화된 사업영역으로 승부한다=대신증권은 최근 한남동 외인아파트부지를 개발해 ‘91한남’이라는 이름으로 한 채당 분양가 90억원에 육박하는 고급빌라를 분양했다.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F&I)가 본업인 부실채권(NPL) 경쟁력 외에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까지 영역을 확장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이처럼 기존 증권업뿐 아니라 사업 모델 다각화를 통한 자산관리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로 타 증권사와 차별화하며 초대형 IB 시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강점인 대체투자에 ‘올인’한다. 지난해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한 KTB투자증권은 1년여 만에 총 3억300만달러 규모의 항공기 딜을 성사시켰다. 항공기 투자뿐 아니라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새로운 먹거리다. 2월 약 500억원 규모의 영국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을 마쳤고 올해 안에는 일본과 캐나다 태양광에너지 PF도 주선을 추진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올해에도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가장 기초적인 자금 조달 방식인 크라우드펀딩부터 코넥스, 코스닥·유가증권시장으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내 기업 성장사다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IBK투자증권의 핵심 전략이다. 또 스팩(SPAC)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상장 지원과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 주관, 신기술투자조합 설립 등을 통한 자금 지원 등 중소기업 IB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주요 원천인 기보·신보 주관 P-CBO 발행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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