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오는 2020년까지 현재 카드업계 시장점유율 4위권인 농협카드를 2~3위권으로 도약시키기로 했다. 카드사업이 최근 정부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아직 수익을 더 늘릴 여지가 있다고 보고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9일 농협금융지주는 7일 NH농협은행 제주수련원에서 김용환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금융 2020 경영혁신 토론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계열사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4월 연임 이후 각 계열사들에게 2020년까지 업계 선도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질 혁신 방안을 주문한 결과다.
먼저 농협금융은 NH농협카드의 카드 이용액을 2020년까지 110조원으로 높여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농협카드의 카드 취급액(신용·체크)는 78조원으로 업계 4위이지만, 이는 1위인 신한카드(143조원)는 물론 2·3위인 삼성카드(98조원)와 KB국민카드(97조원)보다 상당히 뒤떨어진 수준이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은 현재 카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농협은행 내 카드부문의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상품·예산·조직·인사 등에 관한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전업 카드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가맹점, 전자상거래 제휴마케팅 등을 더욱 확대하고 적자상품에 대해 과감하게 구조조정 하는 등 사업 확장과 원가 절감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분석에 토대를 둔 핀테크(금융+기술) 사업 등을 확대해 미래 지급결제 시장 변화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고객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객자산가치제고협의회’(가칭)도 꾸린다. 농협금융지주가 중심이 되는 이 협의회에는 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이 참여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주기적으로 점검·보완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글로벌 수익 확대를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소액대출, 은행, 손해보험사업 등을 담당하는 합작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소액금융사업을 위해 중소형 MFI(Micro Finance Institute) 인수를 추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신전문사 설립을 추진하며 미얀마에서는 MFI 사업을 확대한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번 혁신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오는 2020년 농업지원사업비 납부 전 순이익이 1조6,5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7.6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번 혁신방안은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주요 재무지표에서 경쟁 금융그룹 대비 최하위 실적을 내 협동조합의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라며 “아직도 경쟁 금융그룹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농협은행 등 계열사 혁신을 위해 더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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