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방폐장 사건도 비슷하다. 2003년 7월 부안군이 방폐장 유치 신청을 했다. 이후 2년여간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했고 폭력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 110여명이 사법 처리됐다. 결국 정부는 부안 방폐장을 접었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을 둘러싼 갈등도 과거 밀양 송전탑이나 부안 방폐장 사건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앞의 두 건은 주민 건강과 환경보호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나 우려를 무시한 채 정부가 과도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추진은 밀양이나 부안 사건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13일만 해도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는 건설 중단을 의결할 이사회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원 200여명이 1층을 점거했고 지역 주민들도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업무 추진은 되레 갈등만 키우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게 밀양과 부안 사태의 교훈인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있어서는 이 같은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 없이 건설 중단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 한수원의 경우 현재 밟고 있는 절차가 적법한 것이냐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역 주민과 노조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경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했다가 갈등이 더 커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것도 좋지만 유연성을 갖고 접근해야지 지금처럼 하게 되면 거꾸로 부작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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