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심야용 전력의 판매단가는 1㎾h당 67.56원이었다. 이는 전체 전기요금의 평균 판매단가(111.23원)의 69.7%에 불과하다. 주택용(121.52원)과 비교하면 55.6%, 산업용(107.11원) 대비는 60.6% 수준이다.
심야용 전기가 싼 이유는 지금껏 우리 전력생산의 주축을 담당한 기저발전이 24시간 발전을 돌리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대낮을 위해 발전소를 24시간 돌려야 하지만 심야에는 되레 전력이 과잉 생산되는 만큼 전기가 많이 필요한 제조기업 등에 싼값에 이를 공급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 이제껏 이 경부하 요금제로 기업이 전력을 싸게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정이 더 비싸게 전기를 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보면 경부하 요금은 1㎾h당 57.6원으로 최대부하 요금(147.6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경부하 요금 체계를 현실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의 지역별·시간대별·계절별 데이터를 현재 분석하고 있다. 한국전력 역시 전기요금 약관 변경을 검토하고 있고 전해졌다. 다만 정책의 주요 배려대상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인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되 전력 소비가 낮은 기업에는 현재의 할인율을 유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정용 전기요금도 수요관리정책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계량기(AMI) 보급 등을 통해 각 가정이 전력수요가 몰리지 않아 요금이 싼 시간대에 능동적으로 전력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전기 수요가 특정 시간대에 쏠리지 않으면 전력 도매시장에서 단가가 오르지 않는 만큼 요금인상 압력을 억누를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런 방법을 통해 앞으로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없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2020년대 중반 이후다. 노후 원전과 화전의 퇴장이 몰리면서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시설이 줄어들면 가정용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물론 앞으로 5년간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원전들이 2020년대 중반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그때 설비가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 그리고 국제유가 추이 등의 불확실성이 크다. 그에 따라서 가정용 전기요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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